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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Feb 15. 2022

수심 5m,안전정지 3분 (10)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택이는 제주에서 만났다. 포틀럭 파티를 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게스트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은 은수는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제가 케이크 하나 사 올게요.”


“케이크는 제가 사 올게요. 케이크는 주인공이 사는 거 아니에요. 생일은 귀한 대접받으면서 보내야죠. 정 그러면 와인을 사 와요.”


택이는 눈치가 빨랐다. 케이크를 사 오겠다는 말 한마디에 은수가 생일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잠시 와인이 케이크보다 더 비싼 것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무렴 어때 케이크는 본인이 사는 게 아니라는데. 은수는 수긍했다. 다음날, 생일. 은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했다. 


‘부디 오늘 저와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해 주세요.’


촛불을 앞에 두고 빈 소원조차 본인의 행복을 빌지 못한 은수였지만, 그날만큼은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다시 서울, 바쁘고 외롭게 하루를 쳐내던 날들 속에 은수는 생일을 축하해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해가 지나고 나서야 닿게 된 택이의 연락. 생뚱맞은 연락의 목적은 스쿠버다이빙이었다. 


“스쿠버 다이빙하러 갈래?”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세 번이던가 네 번이던가. 수영장에서 놀다가 튜브가 뒤집어졌을 때가 처음이었고, 수련회에서 래프팅 하다가 바다 한가운데서 떨어졌었고, 한강에서 바나나보트 타고 놀다가 뒤집어져서 패닉이 왔었지. 세숫대야에 얼굴만 담가도 숨이 막히는 은수에게 스쿠버다이빙을 권한 사람. 은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물과 관련된 스포츠를 권할리 없었다. 약한 유대관계, 우연한 만남이었기에 가능했던 제안. 예상치 못한 편견 없는 제안에 은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물 공포증 있어.”


“나도 물 무서워.”


“수영도 못해.”


“괜찮아. 수영 못하는 사람 많아.”


가고픈 곳은 없었지만, 실은 어떻게라도 멈춰있는 은수를 억지로 일으켜줄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 덕에 영원히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은수에게는 더더욱 좋은 조건이었다. 


‘한 번쯤 안 해본 것을 해 봐도 괜찮겠지. 잘못하다가 물에 빠져 죽는다면 좋겠다. 이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물속에서 영원히 멈춰버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은수는 인천공항에서 생일만이라도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주라고 말해준 아이와 만나 함께 필리핀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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