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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Oct 30. 2022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고 변한 것들

다이버는 바다를 닮아 간다. 

다이버가 된 지 3년이 되었다. 3년 동안 바다에서 다이빙 100번 이상 한 다이버가 되었고, 국내 3대 다이빙 명소를 모두 갔다 왔으며, 해외여행은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만 다니게 되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고 많은 것이 변했다. 



경제적 활동을 시작했다.

한참을 번아웃과 무기력증에 빠져, 식물 같이 일상을 살던 때가 있었다. 다이빙을 시작하고 난 뒤로 식물 같던 일상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다이빙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빙은 가야겠는데 이대로 눌러앉아 있다가는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 적극적인 구직 활동으로 한 달도 안돼 취업을 하게 되었고, 다시 경제적 활동인구로서 삶을 갖게 되었다. 



물 공포증을 극복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고 물 공포증을 극복했다. 평생 물놀이와 상관없이 살 거라고 장담했던 내가 바닷속 수심 30m 아래에서 물고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나를 보며 또다시 스스로 신기해한다. 장비를 벗고 물에 들어가는 것은 아직 무섭지만, 그래도 이제는 다이빙과 다이빙 사이 수면 휴식 시간에 스노쿨링 할 만큼은 물이 무섭지 않다. 

다이버가 보는 바닷속



평소에 숨을 의식하지 않는다. 

다이버가 된 이후로 숨을 못 쉬는 증상이 많이 나아졌다. 가끔 숨 쉬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 과호흡이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는 과호흡이 오는 일이 없었다(사람마다 다르다, 바닷속에서 과호흡 오는 경우도 있다-바다는 위험하니 꼭 2인으로, 버디와 강사와 함께하세요). 고요한 바닷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 숨소리뿐이라서, 제대로 호흡하지 않으면 다이빙을 할 수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숨을 제대로 쉰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도와줄 여력이 생겼다. 

바다에서는 도움이 필요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먼저 손을 내밀게 된다. 그래도 바다에 100번 이상 들어갔다 온 다이버라고, 파도에 휘청거리면 모르는 사이어도 잡아주고, 출수할 때 다이버가 먼저 핀을 벗어서 배 위로 올리면 받아주기도 한다. 다이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행이 있으면 강사가 옆에서 잘 케어하고 있어도 그래도 한번 더 ok 사인을 주며 괜찮냐고 물어보려고 노력한다. 다이버가 되어서인지, 먼저 손을 내밀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도와줄 여력이 없던 내게 이제 조금 여력이 좀 생긴 것 같다. 



남의 도움을 감사하게 받는다. 

어른이 되면서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의 도움을 덥석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덥석 덥석 잘도 받는다. 애초에 다이빙 장비 중 옥토퍼스(보조호흡기)는 공기가 없을 때 도와주겠다는 뜻이다. 바닷속에서 공기가 고갈되면 공기가 고갈됐다는 신호를 주고, 내 호흡기 대신 버디나 강사의 보조호흡기를 물어 탱크 속 공기를 쉐어하면 된다. 바닷속 도움은 의도가 없다. 그저 순수하게 저 사람이 안전하게 다이빙을 끝냈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도움을 감사하게 덥석 덥석 의심 없이 아주 잘 받는다.  



다이버는 바다를 닮아간다. 비바람이 아무리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바다처럼, 시련과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많은 것을 감싸주고 덮어주지만 절대 넘치지 않는 바다처럼, 넓고 깊어진다. 그렇게 살고 싶다. 바다를 사랑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내 몸에 짠내가 깊게 배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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