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sHya푸쉬야 Apr 29. 2024

집으로 가는 길



이사를 자주 다녀도 문제였지만, 지금은 못 가서 문제가 되었다.

작업실 위층으로 이사 가기로 했던 것이 무산되었다. 

주인분과의 계약 날짜가 서로 오해가 생겨 엇갈리게 되었는데 그 사이 다른 분과 계약을 하셨고, 

남편과 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고, 여러 차례 연락을 했었기 때문에 계약하기로 한 날짜에만 

맞추면 되겠다고 생각한 우리의 잘못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화 한 통이라도 남겨주셨으면 서운하진 않았을 텐데 라는 마음이 밀려와 먹먹하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왜냐하면 지금 살고 있던 옥탑에 있는 짐들을 겨우 작업실로 모두 옮겨놓았는데 

집계약도 날아가 버리고 이 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리저리 알아봐도 반려동물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더 걱정이었다. 




-나갈 때 변상도 싫다. 

-반려동물 자체가 싫다. 

-안 되겠는데요.

-동물 있으시면 집 못 구해요.




한 참을 멍하게 있었고, 우리는 겨우 집을 구할 수 있었다.

기대하지도 밝은 표정도 아닌 상태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더 좋은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방이 2칸에서 3칸이 되었고, 거실도 넓고, 주방과 화장실이 있고, 

남향이며 주변에 산과 식물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곳인 이 집이 좋지 않을 수 없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생기질 않았다. 

그저 슬프고, 속상한 마음이 왜 자꾸만 올라오는지 모든 게 쓰라렸다.

조용히 살고 싶었다. 

몸과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조용히 사는 걸 목표로 하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단단해진 걸까?

아니면 포기하고 내려놓은 걸까?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과 사물들이 바르게 보이질 않는다.

높낮이가 다르고 삐뚤빼뚤 고장이 난 듯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본다.

마음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생각하며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본다.





'그동안 고생했어.

많은 시련과 시간들 속에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저기 곯아터져 있는 거야.

이제 이곳에서 하나씩 반창고 바르면서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자.'








작가의 이전글 집을 가지고 싶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