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훼방꾼! 변비가 얄미워요
반드시! 기필코! 기어이! 성공하리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시작한 다이어트! 잘 해나가나 싶더니 아침마다 전쟁이다.
“끄응~끄~~~으~~~응~~~차!!!!”
“똥 싸기 전쟁. 고상한 말로 배변과의 혈투!”
힘을 주다 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니 혈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상쾌한 배변 생활을 해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그 답답함에 잠 못 이루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변비(Constipation)! 안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나는 중2 때 처음 변비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그 이후엔 훈련소 들어갔을 때 며칠 빼고는 없다. 그런데 정말 괴롭다. 항상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찜찜하다. 그나마 염소 똥처럼이라도 나오면 기쁘다. 온 힘을 다해도 밀어내지 못해 변비와의 승부에서 지면 정말 하루가 허무하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변비와의 한판 전쟁을 다시 치를 생각하니 아찔한 거다. 자칫 잘못하면 힘을 너무 쓰다 뇌졸중이란 치명타를 입을 수 있으니, 변비! 절대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운명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변비. 왜 생기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그리고 잘못된 다이어트의 폐단은 없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한다면 건강에도 이롭고, 살도 빠지고, 몸매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유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의 다이어트는 분명 '건강증진'이라는 좋은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고, 상업적 의미지가 훨씬 강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다이어트'라고 검색해보면 그 의미가 어떤지 단 번에 알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다이어트 산업은 당신의 호주머니에만 관심 있고, 당신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항상 문제다. 왜냐?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따라 하거나, 정확한 개념과 지식 없이 무작정 살 빼기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할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활동량이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복합 탄수화물을 적정 수준 이하로 줄인다는 데에 있다.
(정제되지 않은) 곡물류의 탄수화물이 적게 들어가게 되면 섬유질(Fiber,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하게 된다. 섬유질이란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것으로 장을 지날 때까지 전혀 소화 흡수되지도 않고,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지 않는 다당류를 말한다.
섬유질은 물에 녹는 수용성과 녹지 않는 불용성이 있다. 사과의 펙틴, 해조류의 알긴산, 구아검 등은 성인병 예방이나 소화에 도움이 되는 수용성 섬유질. 그리고 식물 세포벽의 구조 물질인 섬유소(Cellulose)는 불용성 섬유질. 섬유질이야 말로 변비를 해결하고 예방하면서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실세인 것이다.
섬유질은 대장을 따라가면서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 섬유질이 부족하게 되면 음식이 장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져서 노폐물이 장을 막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의학적으로 변비는 배변 횟수가 적거나 배변이 힘든 경우를 강조하여 배변이 3~4일에 한번 미만인 경우로 정의합니다. 변비는 전 인구의 5~20%가 증상을 호소할 만큼 매우 흔한 증상으로 연령이 증가하면 그 빈도가 증가하며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이렇게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지연된다 하여 '지연성 통과에 의한 변비'라고 한다. 지연성 통과에 의한 변비는 주로 3가지 이유 때문. 섬유질 부족, 수분 부족,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단, 변비는 다른 원인이나 질환 등에 의해서도 생기므로 다이어트를 한 후에 발생한 경우 즉, 지연성 통과에 의한 변비만을 대상으로 작성된 글임을 유념하길 바란다.
장 운동을 도와주는 섬유질은 어디에 많은가?
과일 0.19~2.91%, 채소류 0.99~7.42%, 곡류 1.19~10.35%로
'정제되지 않은' 곡류(복합탄수화물) > 채소류 >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류 Win!!
그렇다면 육류는?
섬유질 0%(제로)다. 단 0.1g도 들어 있지 않다.
변비는 채소, 과일 섭취만이 부족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을 해야 한다", "고단백질식으로 바꿔야 한다" 등등. 쏟아지는 정보들 때문에 결국 몸만 망치게 되는 꼴. 자신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따라 하다 보면 결국 좋은 복합탄수화물 섭취량을 현저히 줄이거나 아예 먹지 않게 된다.
최근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을 유행인데, 이를 따라 했다가 "변비가 생겼어요, 피부 트러블이 생겼어요, 방귀 냄새가 독해졌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라며 식단 교정 SOS를 치는 지인이나 회원들이 있다. 이는 좋은 복합탄수화물 섭취를 너무 많이 줄이거나 아예 제외한 탓에 생긴 현상이다.
물론 야채나 과일을 싫어하거나 생각만큼 충분히 섭취하지 않아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원인은 복합탄수화물 섭취 부족에 있다. 이것이 야채나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변비에 걸리는 첫 번째 이유다!
“나는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데 왜 그럼 변비가 생기는 거야? 응? 대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아님 무슨 질환이라도 있는 거야? 속 시원히 대답 좀 해줘봐봐...푸샵님아!┌(ㆀ_ _)┐”
라고 하는 사람 분명 존재한다. 제 아무리 섬유질이 대장 청소를 해주는 섬유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섬유소는 체내의 수분을 흡수해버린다. 다시 말해, 당신이 하루 1.5~2리터의 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변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오히려 변비를 더 유발할 수 있다. 적당히 섬유질을 섭취했다 하더라도 장내 수분이 부족하면, 수분을 흡수하는 불용성 섬유질 때문에 장내 수분 부족 현상이 오히려 증가해 장 운동을 떨어뜨리게 된다. 물의 여러 가지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소화를 돕는 기능이다. 아군인 물이 부족하니 변비가 생길 수밖에.
결국 섬유질이 노폐물 제거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면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식단 구성은 양호한데 수분 섭취량이 부족해서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 은근히 많다. 이것이 변비를 일으키는 두 번째 이유!
고단백질식은 육류 위주의 다이어트이고, 저탄수화물식고지방식은 탄수화물은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로 식단의 대부분을 구성한다는 개념인데 문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황제다이어트. 육류는 동물성 지방이 많다. 섭취된 동물성 지방은 36.5도의 체온 상태에서는 굳어지게 되는 묘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결론은? 굳어지니까 장이 막혀 변비의 원인이 된다. 변비의 3번째 이유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이제부터다.
섬유질이 부족하게 되면 섭취한 육류가 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원래 배출하려 했던 독소를 다시 흡수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이것이 반복되면 당신은 대장암을 아주 잘;;;; 키워가고 있는 꼴. 다시 말해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고, 섬유질이 0%인 육류 섭취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평소 육류 섭취가 잦은 사람이 대장암으로 진단받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게 되면 노폐물이 대장을 빨리 통과하게 되고, 대장 내 독소를 섬유질이 흡수하므로 이롭다. 하지만 육류 위주의 식단에 섬유질을 더 첨가한다고 해서 대장암 예방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한국 사람은 회식 때 육류 섭취비율이 높다. 그 외에는 특별히 붉은 살코기를 먹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점점 서구화되는 식단이나 음식 소비 패턴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고지방식이나 고단백질식 다이어트와 같은 자신의 상황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육류 섭취를 늘리는 경우는 문제가 된다. 육류 위주의 식단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 로빈스의 상속을 포기하고 서구식 식단과 육식의 폐해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존 로빈스의 말을 기억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육류를 소화시킬 때에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대장 내에 발생한다. 장내에 강산성의 담즙, 특히 디옥시콜릭산(Deoxycholic acid, 사람의 쓸개즙 속에 담즙산의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생성되고 분비돼야만 하는 것이다. 디옥시콜릭산은 장에서 클로스트리디아 박테리아에 의해 강산성물질로 전환되는데 문제는 이것이 대장암 발병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장내 디옥시콜릭산의 농도는 예외 없이 채식가보다 육식가들이 높다. 육식가들의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중에서
존 로빈스는 1947년생으로 올해 70세다. (좌측) 동물성 단백질은 전혀 섭취하지 않는 그의 탄탄한 몸을 보라! (우측) 존 로빈스와 그의 아내
대장암 부분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자(참고: 당신의 대장은 안녕하십니까? / 인간만 걸린다는 대장암! 방귀로 알아보자). 끝으로 장을 자극할 수 있는 움직임이 부족해도 변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동부족, 움직임의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 좋다. 하지만 몸을 위해 하는 다이어트가 정작 몸에 해를 끼치는 상황이라면 곤란하다.
몸은 곧 당신이다. 당신은 소중하다. 단순히 체중계 눈금에 집착하고, SNS에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눈에 보이는 외모만을 위해서 하는 다이어트는 몸을 망치는 일이다. 당신도, 몸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이왕 하는 다이어트라면 100년 간 함께 할 몸을 위해 제대로 잘 알고 해야 한다. 다이어트!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 아니었나?
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존 로빈스 지음 | 이무열 외 1명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2000)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 영양 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