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들기] 몸만들기 운동에도 리듬이 있다! 주기화원리
[운동 이론편] 모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원리 - 주기화 원리 1편
고등학교 2학년 때쯤이었다. 중2 때부터 해오던 홈트를 벗어나, 당시 꽤 큰 스포츠센터의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집에서 바벨과 덤벨만으로 운동하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에 가는 것이 마냥 신났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운동에 지쳐갔다. 당시 하루 약 2시간 정도 주 5~6일 운동을 했었고, 식사는 하루 5끼였다. 기존에 하던 홈트와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난 시간이었다. 90분까지는 운동을 성실하게 했지만, 나머지 30분은 운동에 제대로 집중하는 게 어려웠다. 오히려 남은 운동을 언제 다 마칠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운동이 점점 싫어지다.
게다가 점점 피로만 쌓여갔다. 신났던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은 점점 꾸역꾸역 의무적 방문이 되어버렸다. 운동에 투자한 시간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피로만 쌓여가니 점점 웨이트 트레이닝에 흥미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의지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결국 한 달 정도 운동을 쉬었다. 다시 운동에 대한 의욕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운동 시작 후 6주 정도는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했지만, 역시나 이후부터는 다시 전과 같은 패턴에 빠졌다.
훗날 운동 관련 이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면서, 당시 내가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에 빠졌다는 것과 ‘주기화 원리’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운동이 독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이후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적용해 운동을 하니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에 푸샵.com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운동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사연의 대부분은 오버트레이닝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 설렁설렁하는 것 같은 남들보다 효과도 없고, 점점 피로만 쌓여가는 것 같아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연들이었다.
오버트레이닝은 사람을 점점 지치게 만든다. 의지를 갉아먹고, 운동에 대한 귀차니즘을 유발하게 한다. 결국에 운동과 멀어지게 만든다. [이미지 출처: 구글]사실
운동 자체는 잘못이 없다.
과학적인 운동 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탓에 주먹구구식으로 운동을 했고, 결과적으로 운동 효과를 보기는커녕 몸만 혹사했기 때문이다.
운동에 무슨 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고 만드는 것엔 700만 년 전 나무 위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최초의 인류인 (현지어로 ‘삶의 희망’이란 뜻의) 투마이Toumai 이후부터 움직임의 원리가 우리의 몸에 각인돼 왔다. 우리가 경탄해 마지않는 무용가, 스포츠 선수들의 현란한 몸동작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본격적으로 운동이 연구된 수십 년 전부터 수많은 과학적 실험과 이론과 인체기능ㆍ생리적ㆍ역학적ㆍ심리적ㆍ영양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운동을 하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이 독이 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운동이니 심호흡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세상 모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한 세상의 모든 운동과
모든 스포츠 종목의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무엇일까?
운동 프로그램(운동량·운동부하·횟수·세트·휴식·빈도), 운동 기술, 준비운동과 정리운동, 식단, 휴식, 부상예방 등등… 모두 중요하다. 또한 과부하ㆍ점진성ㆍ회복성ㆍ가역성ㆍ특수성 같은 운동의 주요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운동에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핵심 원리(Core Principle)가 있다. 바로
주기화 원리(Periodization Principle)
이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주기화 원리’는 운동과 트레이닝은 물론 우리 삶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리다. <[운동 안내서] 모든 것은 운동한다>에서 운동하는 지구가 만들어내는 생체리듬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구는 일정한 주기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데, 이는 근원적 움직임인 진동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계절은 주기적으로 변하고, 낮과 밤이 존재하며, 생명체의 생체리듬도 존재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주기화 원리가 적용되는 건 다음과 같다. 일하는 날과 쉬는 날, 매일 해야 하는 업무 루틴과 생리적 휴식, 깨어있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음식을 먹는 시간과 소화하는 시간 등이다. 이를 일주기 리듬이라고 하며 관련 내용은 <몸의 음악, 생체리듬이 곧 삶의 리듬이다>, <수면부족 같은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벌어지는 무서운 일>에서 다뤘다.
만약 일하는 날만 있고 쉬는 날이 없다면, 하루 중에서 잠깐이라도 생리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 식사하고 소화할 시간도 없이 바로 격한 운동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앞의 두 상황에서는 과로사나 과로 누적으로 인한 각종 건강상의 문제를 겪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나머지 상황은 어지럼증과 구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두 주기화 원리를 무시한 결과이다.
주기화 원리를 적용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운동과 트레이닝의 주기화란 생체리듬은 물론 운동 자체의 생리학적 스트레스에 따라 운동강도, 영양섭취량, 휴식 등의 주기적인 변화를 계획적으로 줘야 함을 뜻한다.
생체리듬이 깨지는 생활습관 즉, 일상의 루틴이 지켜지지 않으면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운동을 하는 데 있어 주기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 적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경험하지 않아도 될 부정적 결과를 경험하게 된다.
과훈련 증후군(Overtraining Syndrome), 운동 효율성 저하, 경기력 저하, 습관적인 근골격계 통증과 부상, 생리 중단, 근력 저하, 피로 누적,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 등
횡문근융해증으로 소변 색깔이 콜라색으로 변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참고로 횡문근융해는 운동, 질병, 수술, 독성 물질에 의해 손상된 근섬유가 분해되어 혈류로 내용물을 방출할 때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는데 급성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관련 뉴스 보기: 소변이 콜라색으로 나온다면 횡문근융해증).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한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대체로 6주~8주까지는 별문제가 없는데 그 이후부터는 운동 후 피로만 쌓이는 것 같고, 운동 시간에 집중 못 하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같고, 점점 헬스장 오기가 싫어지기 시작해요. 남들은 운동하고 나면 상쾌하다는데… 피로만… ㅜㅜ
체중을 조절하려고 걷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매일 10Km 두 달을 걸었어요. 그런데 무릎 통증이 오기 시작하니 걷기가 겁나요.
처음 보디빌딩을 시작할 때부터 5분할로 매일 3시간씩 5끼 먹으면서 3년을 운동했는데, 다른 회원들보다 전혀 발전이 없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그만둘까 싶어요.
매일 빠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데 발전이 없어요. 효과가 없으니 점점 흥미를 잃기 시작해요.
웨이트 하면서 주기적으로 어깨 통증이 발생하는데, 운동을 쉬면 괜찮아서 다시 시작하면 어김없이 통증이 다시 시작돼요.
PT를 10회 정도 받고 운동이 싫어졌어요. 운동을 처음 하는데 트레이너가 의욕이 넘치는지 저를 너무 혹사시키는 거 같아요.
나는 운동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점점 피로한 것 같고, 안 걸리던 감기도 자주 걸리는 것 같아요.
단백질 음식이 운동에 좋다고 해서 닭가슴살 먹기 시작했는데 전에는 못 느끼는 피로를 점점 느끼기 시작했어요. 운동 빡세게 해야 한데서 2시간씩 매일 열심히 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생리가 멈추네요.
바디프로필 찍으려고 PT 3달간 받으면서 식사 조절하고 멋지게 바프 찍었는데,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져서 병원에 갔더니 전해질 균형이 깨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수업은 1시간했고, 개별 운동 1시간 추가로 했어요. 식단은 트레이너가 짜준 대로 피트니스 식단이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피트니스 대회 당일보다 대회 끝나고 일주일 지나니까 몸이 더 좋아지네요 ㅜㅜ 정작 당일에는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몸이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위 사례의 공통점은 주기화 원리를 적용하지 않아서이다. 물론 그 외에 다른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원리임에도 정작 검색을 해보면 관련 내용이 별로 없다. 어떤 글이나 영상은 주기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린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영문판 위키백과에는 있지만, 한국판에는 주기화 원리 내용조차 없다). 트레이너나 강사가 PT를 하면서 이 원리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 책의 저자가 쓴 <스포츠 트레이닝의 주기화>는 2000년에 한국에서 번역본으로 나온 유일한 주기화 원리 관련 책이었으나 절판되었다. [이미지 출처: 구글]일반인이 운동을 하는 경우라면 주기화 원리를 몰라 자신이 하는 운동에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20년 넘게 헬스클럽에서 일하면서 이 원리를 알고 있거나, 적용해 운동을 하는 회원을 본 적은 없다). 이를테면 계속 같은 강도나 종목으로 한다든지, 강도의 변화 없이 계속 약하거나 혹은 강한 강도로만 한다든지, 통상 8~12주 동안 운동을 했으면 쉬는 주가 있어야 하는데 1년 내내 운동을 한다든지 등등. 그런데
모든 운동과 스포츠에 주기화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운동 효과와 효율성, 컨디션 조절과 부상 예방, 체력 및 경기력 향상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일상에서 웨이트 트레이닝ㆍ홈트ㆍ맨몸 운동ㆍ크로스핏ㆍ각종 유산소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거나 건강과 체력을 향상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주기화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주기화 원리를 적용하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주기적 변화를 줘야 한다. 운동량의 강약 조절 그리고 운동 부하 또한 점진적 원리에 입각해 주기적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 또한 그에 맞게 식단도 주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며, 회복과 성장을 위해 쉬는 날과 휴식 기간도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주기화 원리는 운동의 여러 원리를 포괄하는 핵심 원리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핵심 중의 핵심 원리를 모른 채 운동을 하게 되면 결국 몸을 망치거나, 효과가 떨어지거나, 경기력 향상은 느릴 수밖에 없다. 2편에서 운동과 트레이닝 주기화 원리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2편으로 이어집니다.
원문: [완벽한 몸만들기] 몸만들기와 운동에도 리듬이 있다! 주기화 원리 - 1편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완벽한 몸만들기] 몸만들기와 모든 운동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사항들
[완벽한 몸만들기] 17년 만에 다시 쓰는 몸만들기와 운동 이야기
몸만들기, 다이어트 운동에 관한 잘못된 생각 7가지
근육통(알배김 현상)은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 급성근육통과 지연성근육통
근육통(알배김 현상)! 미리 예방할 수 있을까? [운동성 근육통]
참고 문헌
참고: <남자들의 몸만들기> 푸샵 이종구 지음 | 한언출판사(2004)
참고: <몸의 음악, 생체리듬이 곧 삶의 리듬이다> 푸샵.com. 2020.2.18
참고: <수면부족 같은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벌어지는 무서운 일> 푸샵.com. 2020.5.25
참고: <스포츠 트레이닝 주기화> Tudor O. Bompa 지음 | 대한미디어(2000)
참고: <근력 트레이닝과 컨디셔닝: NSCA> 대한 미디어(2002)
참고: <NSCA 퍼스널 트레이닝의 정수> Roger W. Earle 외, Thomas R. Baechle 지음 | 임완기 옮김 | 대한미디어(2005)
참고: <운동 능력 향상을 위한 퍼스널 트레이닝: NASM> National academy of sports med 지음 | 김기진 옮김 | 한미의학(2008)
참고: <건강한 삶을 위한 운동처방 기초: 6판> 스콧 K. 파워스 외 2명 지음 | 장경태&이정숙 옮김 | 대한미디어(2016)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