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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an 29. 2018

책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

모두 각자의 취미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늘 때만 되면 떡볶이를 찾아 나서는 사람(좋아하는 취향의 음식을 매번 시간을 들여 찾아먹는 것도 일종의 ‘취미’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의 나를 정말로 좋아한다. 그리고 그 사고의 매개가 되는 것은 대부분 책과 연결되어 있다.


책을 통해 사물의 다양한 면을 만날 수 있다. 한 면이 아닌 다양한 면으로 이루어진 삶의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 이는 다른 쾌락의 도구인 음악, 영화와는 달리 책이 특히 장점을 갖고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화나 음악을 통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끝의 끝,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관점에서 한번 나아가게 해주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독서만한 것이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나를 보며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지적 유희에 희열감을 느끼는 나를 보며 자뻑을 한다. ‘역시 난 참 대단해’라며.


나는 책을 ‘재미로’ 본다. 책만큼 재미와 함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취미생활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많은 ‘프로페셔널’들의 글을 읽으며 이런 관점, 저런 관점을 엿보고 종종 감탄을 하게 되는데 그 감탄의 순간이 지속될 때마다 내 생각의 키가 한 뼘씩(조금 진부한 표현이지만) 자라는 느낌이다.


굳이 어려운 철학자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젠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고, 그것이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고,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며, 또 내 삶에 반추했을 때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참 즐겁다.


그래서 이 책이라는 놈을 끊을 수가 없다.


매일 독서를 하는 건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야근과 격무에 시달릴 때 늘 마음 한켠에 생각나는 것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조용한 공간에 숨어서 책을 보며 지적 자위를 하고 있는 순간이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관점이나 사실을 알게 되어 등줄기에 시원한 소름이 돋을 때면 ‘아 이래서 책을 읽지’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와 공유를 하고 싶다. 내가 느꼈던 그 ‘재수 없는 지적 우월감’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 밤을 새서 옆에 있는 누군가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혀 쓸 데 없는 ‘그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결론을 딱히 내리기도 어렵고 (따지고 보면 지금 너와 이야기하려는 그것은 내가 ‘잘 모르는’ 주제이기 때문에. 생각해보라 내가 사피엔스를 읽었다고 해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어떤 폭넓고 깊은 통찰력이 생긴 건 아니지 않은가. 그저 한 줌의 지식과 약간의 생각을 얻었을 따름이다.) 상대방 또한 어떤 유의미한 해석과 자신만의 생각을 곁들일 때가 어려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뭔가 일상의 일차원이 아닌 다차원을 이야기라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런 대화 상대로 나 같은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도 나도 ‘바보’지만 그래도 적어도 우리는 ‘대화’를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리고 최소한 대화를 어떻게 풀어가고 내 마음속에 있는 혹은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를 어떻게 상대방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체계화된 방법론을 약간은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잘 정돈된 ‘논리’와 ‘생각’을 접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당 부분 훈련이 된 덕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읽고 대화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무언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희열감,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르게 되돌아왔을 때의 뒤틀린 오르가즘, 그리고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밤새 대화를 하면서 너와 느끼는 친밀감 등. 그래서 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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