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모는 대충 이러하고
2. 성격은 이랬으면 좋겠고
3. 직업은 이 정도에
4. 연봉은 한 이 정도
5.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려놓은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그런데 막상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정반대인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다정다감한 성격을 좋아하는 나인데 곰팅이처럼 둥글둥글한 자태에 투박하기 그지없는 그 사람이랑 사랑에 빠질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지금은 그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좋아요. 왜 그 사람만 보이는지 저도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
종종 보이는 사례이다. (물론 픽션이다.)
- 딴 사람이 하면 이 이상 지루할 수도 없는 역사 얘기를 그 사람이 하면 왜 이리 재밌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 사람에게서 목소리가 나오는 그 자체가 좋아요.
이런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나도 과거에는 내 연인의 특정한 몇몇점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게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지만. 물론 적당히 괜찮은 외모에 쾌활한 성격이 맘에 들긴 했지만 분명히 꼭 그것 때문에 좋아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뭐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나를 그렇게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빠져든 것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냥’ 좋았던 것이다. 신기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