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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14. 2018

그럴 거라 생각했던 상황이 있다

뭔가 꿈만 같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 나는 이 순간이 영원토록 지속될 거라는 헛된 희망에 사로잡혔다. 사실 누군가의 무언가를 억지로 끊어놓고 나와는 영원히 무언가 지속될 거란 믿음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은연중에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뭔가 그런 인연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세상일이라는 것은 참 알 수 없다. 사실 그런 작은 인연은 언제든 쉽게 부서질 수 있는 모래성 같은 것이었는데. 나는 그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 쉬이 없어진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그 모래성을 추억했다. 


그리고 그 모래성은 점점 더 내 안의 굳건한 무언가가 되었다. 그 모래성은 내 마음속에서 점차 단단해져 나를 압도하는 단단한 벽돌의 큰 성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성에 압도당해 일상의 여유를 온전히 잃어버린 채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러한 성을 억지로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사실 내가 별로 그런 상황이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혹시 그때 그 모래성이 다시금 파도가 춤을 쳐서 사막에서 바늘을 찾을 정도의 확률을 뚫고 돌아와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곤 했다. 


물론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딱히 인지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그 성은 내 마음속에서 불현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원망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모든 관계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곤 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게 된 것은 오로지 상대방의 책임인 양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리고 그 원망마저 사그라지고 그 모든 히스토리는 그저 ‘기억’이 되었다. 


그냥 함께 있으면 괜찮았던 사람, 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던 사람. 딱 그 적당한 ‘기억’으로 그 사람은 머물게 되었다. 


오히려 지나가다 한번 마주쳐도, 인연이 또 닿아 커피 한잔 하게 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는 그런 캐주얼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상당히 재미있다. 온갖 인간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아프고 사랑했던 그 사람이 그저 ‘기억’이 되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반복했던가. 


참 그런 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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