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란 참 쉽지 않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A라는 가설을 세우고 사용자가 B라는 행동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서비스를 설계 및 개발했지만 런칭 후 사용자의 유입과 행동 흐름이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우리는 종종 목격하게 된다.
사실 가설이란 건 말 그대로 가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자책하고 가설 제공자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고,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서 고객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설계 변경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나는 종종 문제점을 해결할 때 아래와 같은 개요를 짜서 접근하곤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쪼개 보고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형식을 주로 차용하곤 한다.
1. 목적 정리
우리가 이 사업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다시 한번 점검한다. 이 사업을 통해 사용자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하고 싶은지 재확인한다. 어떠한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가 아닌 일종의 mission statement를 공유함으로써 프로젝트 담당자 전원이 큰 그림과 방향을 맞출 수 있도록 한다.
2. 목표 정리
목적에 맞추어 구체적인 수치 혹은 방향을 제시한다. 사용자 몇 명 유치, 전환율 몇 프로 달성 같은 수치 뿐만이 아니고 정성적인 부분까지도 충분히 구체화 한 목표치를 제시할 수도 있다.
3. 타겟군 정의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용자층을 분기하고, 핵심 타겟과 부 타겟을 정의하여 현재 당면 시점에서 우리가 집중할 사용자 층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4. 현황 분석 – 동선 (이용 흐름) 파악
가설과는 무관하게 사용자가 유입부터 전환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유입, 전환이라고 해서 모든 거래가 온라인과 연관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마트에 방문한다고 했을 때 우편물 보관함에 꽂힌 세일 전단지를 보고 마트에 방문하여(유입), 내가 원하는 물건을 확인 후 계산대에서 카드로 물건 값을 지불(전환)한 것도 일련의 유입-전환 프로세스라고 부를 수 있다.)
5. 현황 분석 – 문제점 세부 파악
사용자의 각 전환으로의 여정에서 현재 가장 허들이 심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온라인 서비스라면 서비스의 필수 이용 경로 중에 유독 이탈율이 심한 부분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견할 수 있고, 오프라인 서비스라면 방문하는 이용자 관찰 혹은 간단한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어디서 얼마나 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을 나열하고 사안의 경중을 표시한다.
6. 해결안 제시
나열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접근방법을 취할 것인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예산/인력/일정 등을 명시하여 우선순위에 맞게 해결의 프로세스를 제안하도록 한다.
7. 시안 제시 (필요하다면)
말로만 쓴 해결책이라면 회의에 참석한 모두에게 정확한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 시안(프로토타입)을 간단하게라도 제시할 수 있다면 제시하여 모두의 생각을 공통화 시킬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시안 자체를 만드는데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것은 지양한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혹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현황 파악과 문제점 발견 및 해결 방안 도출, 개선 기획 및 개발에 이르기 까지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고보다는 대체로 빠른 실패 및 개선을 지향한다.
8. 결론 도출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여 몇 문장으로 정리한다. 우리의 서비스가 현재 당면한 상황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발견되었으며 어떻게 해결해보고자 한다는 내용을 한두문장 정도로 정리하여 회의 참석자가 그날 회의의 안건과 합의된 내용을 다시한번 머릿 속에 상기시킬 수 있도록 배려한다.
9. (회의 종료 후) 리마인드 메일 전송 (필요하다면)
회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회의 주제, 논의된 안건, 필요한 액션 플랜 및 담당자를 간략하게 적은 메일을 송부하여 회의가 단순 회의가 아닌 실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회의가 되도록 만든다.
잘 정리된 문제 정의와 해결안 제시는 모두에게 현재 상황을 공통적으로 파악하고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키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