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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an 15. 2019

배포부터가 시작이다

-     경영진 혹은 의사결정권자로부터 새로운 기능 도입 요청이 들어오고

-     기획자가 그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획을 하고

-     디자인이 기획에 맞는 디자인을 하고

-     개발자가 이어서 개발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보편화되어 있는 한국 it 시장에서 배포 후 사후관리의 중요성은 늘 간과되어 왔습니다. 사실은 배포부터가 진짜 서비스 운영의 시작인데 말이죠.


가설-측정-검증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만이 좋은 서비스 구축의 키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능을 만들고 (그냥 만드는 것도 아닌 엄청나게 무겁게) 사용자의 반응 관찰을 소홀히 한다면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과 점차 간극이 벌어져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뼈대만 구축한다는 생각으로 전체 플로우 설계에 집중하고, 고객의 실제 반응을 보며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기획하여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실제 사례를 통해 제가 배포 후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소개할 사례는 ‘재구매 기능 도입’입니다.


-     재구매 기능 도입의 배경

저희 서비스는 다른 이커머스와는 다르게 한번 산 제품을 계속해서 재구매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마디로 늘 사던 것 만을 사는 고객이 많죠. 따라서 구매 전환 프로세스 내에서 이미 샀던 상품들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루트를 제공해주면 전환율 및 고객 편의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획을 시작하였습니다.


-     재구매 정책

최근 결제한 내역을 바탕으로 재구매 상품을 표시하고, 만약 해당 상품이 품절되었을 경우에는 상품의 여러 가지 속성에 기반해 대체 상품을 제안하도록 기획을 하였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재구매 상품은 판매자에 귀속되지 않고 플랫폼 내에서 동일 상품군을 검색하여 가장 최저가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식으로 기획을 하였습니다. 같은 상품이라면 당연히 싼 상품을 사는 것이 좋으니까요.


추가적으로 재구매 상품 목록 페이지에서 상품 상세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도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이미 샀던 상품이기 때문에 상세 페이지를 굳이 확인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최초 배포 후

그렇게 야심 차게 기획을 한 후 개발이 완료되어 배포가 되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였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극소수의 이용자만이 재구매 기능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원인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1.   홍보 부재: 기능 자체를 홍보하지 않아 인지하고 있는 사용자가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공지사항,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톡 등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홍보하였습니다.

2.   식별성 부족: 최초 재구매 기능은 마이페이지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재구매 버튼은 마이페이지 내에 있는 많은 버튼과 모양이 동일하여 식별이 잘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마이페이지 버튼 그룹을 간소화하고 재구매 버튼에 별도의 색상을 부여하여 식별도를 높였습니다.

3.   신뢰도 부족: 재구매 페이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들이 내가 구매하는 이 상품이 진짜 최저가인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상품 목록에 최저가 라벨을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서비스 개선 후에는 최초 시점보다 지표가 약 6배 정도 상승하였습니다.


-     메인 페이지에 재구매 배너 추가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랜딩페이지로 사용하는 메인 페이지에 재구매 배너를 표시하여 더 적극적인 사용자 참여를 유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메인 페이지에 표시만 되면 지표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약 1.7배 정도 지표가 상승했습니다. 상당히 올라오기는 했지만 완전히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었죠.


-     메인 페이지 재구매 배너를 하단 네비게이션으로 이동

그래서 메인 페이지보다 앱의 모든 영역에서 접근이 가능한 하단 네비게이션으로 재구매 버튼을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이트 메인 개편 시점과 맞물려 너무 많은 기능의 노출이 심미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옮긴 이유도 있습니다만, 어찌 됐든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최초 배포 시점 대비 30배의 지표 상승이 있었고, 재구매 기능이 전체 모바일 구매의 40% 이상에 관여하고있으며, 재구매 페이지 방문자의 구매 전환율도 일반 이용자 구매 전환율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     (예정) 사용자 설문 진행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정량적인 지표 상승은 일어났지만 실제로 얼마나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죠. 조만간 사용자 설문을 진행하여 이용 실태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예정입니다.


-     (추가적으로) 사내 인원들에게 위의 접근 방식 소개

제가 하는 가설-측정-검증의 과정 속에서 얻어낸 것들을 사내 유관 인력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제 지표의 변화 과정 속에서 무슨 생각이 있었고 어떤 성취가 있었는지를 유관자들이 이해한다면, 이런 접근에 대한 포괄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계속 반복하게 되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이런 접근 방식의 유용성과 당위성을 점차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     지표는 매일 관찰

하나의 기능이 오픈되면 서비스 지표 변화는 매일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맞게 추가 배포가 이루어진다면 변화 시점도 모두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매일 출근 후에 내가 기획한 서비스들의 지표를 확인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반의 가벼운 구축과 배포 후 끊임없는 사용자와의 교감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하나의 큰 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원인을 분석하고 가설을 세운 후 지표를 관찰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의미 있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세상의 모든 기획자들이 집요함을 통해 고객 감동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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