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10. 2020

때론 본질만큼 형태가 중요하기도 하다

특히 말이란 게 그렇다. 아무리 선의를 갖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내뱉는 느낌에 날카로움이 배어 있다면 상대방은 그 속의 본질을 보기보다는 겉의 날카로움에 집착하게 된다. 결국 화자는 좋은 말을 해줬는데, 지나고 보면 왜 이 청자가 나를 멀리하나 의아해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매번 쓴 약을 삼키고 싶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사람마다 고유의 필체가 있듯, 사람이 하는 말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고유한 '음音체'가 생긴다. 마치 지문 같은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음체는 오랜 시간을 거쳐 다듬어진 터라 누가 몇 마디 한다고 해서 쉽사리 바뀌는 것도 아니다. 나 또한 오랜 세월 살아온 누군가를 바꾸기보다는 그 사람의 스타일에 내가 잘 어우러지는가를 지켜본다. 일정 부분은 잘 맞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뭔가 삐걱대는 반反 캐미가 있다면 그 사람과는 잘 엮이지 않는 편이 좋다. 서로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말투에는 사람의 성격, 가치관, 그리고 삶의 양식 등이 고루 녹아 있고, 즉 말투가 그 사람의 삶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말투와 말투가 일견 부딪히는 모양새를 띈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나는 삶의 관점에서 어우러지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무릇 좋은 인연이란 그리 '애쓰지 않아도' 잘 어울리는 게 인연이라 하겠다. 그저 강과 바람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레 행동했더니 그저 스며들듯이 내 안에 머물더라 하는 게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더 나아가자면 좋은 때의 캐미뿐만이 아니고 서로 간 최악일 때 또한 잘 버텨지는가도 오래가는 인연의 기본 조건 중의 하나라 하겠다. 예를 들어 여기 두 유리창이 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서로가 서로를 투명하게 비출 때는 그렇게 잘 빛나고 어우러질 데가 없다. 하지만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칠 때 이내 흔들려 서로 부딪혀 깨어져버리고 만다면 그것은 좋은 인연이라 부를 수가 없다.


무엇이든 너무 '애쓰지 말자'. 자연스러운 와중에 훈훈하게 잘 어울린다면 그것이 인연이고, 그것이 사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