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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May 08. 2017

내가 도와주고 싶다

인터넷에서 자전적인 글(아니 자조적인)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덤덤히 머무른다. 사실 그런 글들은 정말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본인의 처절한 삶이 담겨있고, 모든 상황과 번뇌, 슬픔, 공감을 요하는 내면의 외침이 전해진다. 한번 그러한 글을 읽게 되면 멈추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괘념치 않고 글쓴이가 쓴 모든 글을 읽는다. 


사실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건 또 다른 내 안의 자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못나고 찌질하고, 바닥에 숨어 지내는 자아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들은 일상의 페르조나 속에 감춰져 있고, 나 또한 그런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계속 잊고 산다. 


내 안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때는 그러한 글을 접했을 때이다. 사랑에의 욕구, 사람으로서 소통의 욕구를 바닥부터 갈구하는 모습이 거울과 같이 나에게 비추어지기 때문에 그 글에서 시선, 그리고 마음을 뗄 수 없는 것이다.


그것 또한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양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매번 새로운 모습이 나오게 된다. 그중에서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과 본인의 삶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 고루 뒤섞여 페르조나라는 이름의 적절한 사회적 가면이 생성되고 그것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다. 그 페르조나에서 잠시 동안 벗어나서 분노하고, 질색하고,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이 온다면, 사실 그것은 본인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사람은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감정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글을 통해 나는 나의 찌질함을 보았고, 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와 함께함을 갈망하지만 나는 결국 나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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