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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30. 2017

“잘 살아요”

화장실 변기 물 내리는 손잡이가 고장 났다. 이리 당황스러울 데가 있나. 당장 물은 어떻게 내려야 하나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손잡이를 거꾸로 끼워보니 작동이 되긴 되었다. 처음에는 아 앞으로 화장실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큰 거, 작은 거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게 하루 만에 고쳐지는 건가 아닌가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고 갔다.


일단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집주인은 오늘 몸이 아파서 올 수 없다고 했다. 뭐, 상관없었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해결을 해두었기 때문에 사실 일주일 뒤든 이주일 뒤든 아니면 계속 오지 않아도 그냥 ‘거꾸로’된 손잡이를 계속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변기 손잡이 문제는 손쉽게 해결되었다. 집주인이 일주일 뒤에 방문을 했고, 15분 정도가 경과하자 새로운 물 잘 내려가는 손잡이가 변기에 새롭게 끼워졌다. 이번에도 집주인의 작별인사는 한결같았다.


“잘 살아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처음에는. 예전에도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집주인과 만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마지막에는 잘살아요라는 말을 하길래 이제 볼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린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근데 오늘 들으니 확실히 알 것 같다. 그 사람만의 ‘덕담’이라는 것을. 사실 나는 ‘손님’이다. 여기에 평생 살지 않는 잠시 사는 ‘손님’. 나는 잠시 살다가는 손님이고 손님에게 집주인으로서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은 “잘살아요”였던 것이다. 잠시나마 오해를 했던 내 자신이 조금 미안해졌다.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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