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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Oct 25. 2016

몇 달만에 방문하는 역삼역

추억 여행

6월 1일에 퇴사했으니 약 5개월 만에 방문하였나 보다. 5개월 만에 내린 역삼역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기도 하고 아주 재밌는 감정이 들었다. 지난 1년 5개월간 매일같이 내리고 타던 역삼역, 내게는 많은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었다.


참으로 묘한 감정이 들었다. 3번 출구에서 나와서 밖을 한번 쳐다보니, 모든 건물들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이지만 내 인생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이 감정은 참으로 설명하기 애매하다. 뭔가 노스지어(향수) 느낌도 나고, 반갑기도 하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감정이 들기도 하고.


불과 몇 달 전에는 차를 타고 우연히 지나가며 가슴 아픈 생각이 들었던 장소였는데, 지금은 묘한 추억 때문인지 새삼스레 설레는 감정마저 들었다. 뭔가 내 인생의 하나의 챕터가 끝나고 다른 챕터로 접어들었는데 과거의 챕터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감정이랄까. (추억의 웃음이다.)


묘하게 많은 깨달음이 있었던 지난 몇 달. 그토록 힘든 지난날의 내 직장 생활은 굉장히 미화되어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 찬 곳이 되어가고 있다. 박봉에 이름도 없는 평범한 벤처회사였지만, 그래서 미래를 보지 못해 나왔지만 한편으로 나를 받아준 곳이 아니었는가. 기획자로서 출발을 할 수 있게 도와준 회사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뭔가 안쓰런 마음이 들기도 하고, 지금 내 상황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엔 그때의 추억을 안고 있다.


회사를 옮기거나, 관계를 새로 형성하거나, 뭔가 내 옆의 환경이 바뀌게 되면 자연스레 이전에는 당연시했던 것들이 꽤나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점심시간에 왁자지껄 수다를 떨었던 모습이라던지, 삼삼오오 어울려 동아리 같은 회식을 즐겼다던지 하는 것들. 그 당시에는 꽤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나올 당시에는 그것을 즐기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보다 현실의 불만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추억은 아름답다. 부정적인 감정이 녹아내리고 오롯이 즐거움과 설렘만 가득한 기억으로 구성되어가고 있는 점, 내게는 축복과도 같다.


아무튼 오랜만에 우연히 내리게 된 역삼역, 너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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