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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Dec 22. 2016

데이터 분석하는 기획자

GA가 뭐길래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다.


때는 2015년 8월, 회사의 투자가 마무리되어가는 와중, 기획팀은 한 번의 개편이 있었다. 원래 기획팀은 명목만 기획팀이지 대표이사와 나만 존재하는 소위 말하는 ‘팀’이 아니었다. 모든 의사결정은 둘 사이에서만 결정되었고(사실 모든 스타트업의 초기 모습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사업의 많은 부분은 어떠한 데이터 관점의 접근보다는 둘 다 동의할 수 있는 혹은 대표이사의 강력한 추진 방향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이 100% 잘못된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실 상당히 위험한 접근 방법이기도 하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구현 전 단계: 사고의 객관성을 잃기 쉽다.


2.    구현 중 혹은 구현 후 단계: 의사결정에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경우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공수와 개발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이는 사실상 80% 이상이 기획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자가 틀을 짜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다. 나의 의사결정이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그런 자부심 말이다. 회사의 중추 브레인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나와 같은 주니어 기획자에게는 정말 독이든 성배와도 같았던 것 같다.


어찌 됐든 새로운 기획자(나보다 경력이 많은)가 입사하게 되었다. 물론 나보다 직급도 높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이었다. 나는 O2O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의 기획자로서 데이터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라고 생각했고 사실 지금도 이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기획자와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그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데이터는 설득의 도구로서 사용된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조율할 때 우리는 종종 상식과 논리에 기반하여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근데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상식이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      예를 들어 버튼을 하나 넣는다고 가정해보자. 데이터가 아닌 상식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내가 생각했을 때는 상식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사안이 남들 한마디에 엉키게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저는 그렇게 쓰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마디에 우리는 결론이 잘 나지 않는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보통 둘 사이에 이른바 ‘타협’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런 타협의 결과가 나의 의도도, 그 사람의 의도도 100% 충족되지 않는 애매한 결과물을 가져다준다는 데에 있다.


2.    데이터는 가설을 검증한다: 내가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세운다면 내 가설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데이터를 통해서 증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모든 것을 객관화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없더라도 시장이 그렇게 증명하고 있다면 새로운 깨달음을 내게 가져다줄 수 있다.


그래서 GA 공부를 시작했다. GA는 웹(특히 쇼핑몰) 쪽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GA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tune과 같은 앱 분석도구도 본격적으로 공부해볼 생각이다. 사실 툴 사용의 접근성이 높지 않아서 (그냥 어려워서) 몇 번 써보다가도 기본적인 내용만 확인하고 더 깊게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패스트캠퍼스에서 GA 관련 강의도 신청하여 듣고 있고, 창업한 친구에게 찾아가서 GA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하여 GA를 연동하여 로그를 제대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물론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데이터도 가공하는 사람의 실력 혹은 의도에 따라 같은 결과물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객관성’을 갖추려는 노력에 데이터가 확실히 도움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에 입각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하려면 ‘측정’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사용자 로그 분석이 필수적이다. 그 외에 정성적인 주변의 반응만 갖고 시도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그토록 외면하던 데이터 분석을 절대 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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