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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Oct 25. 2017

기획 잡설(雜說)

일반적인 에이젼시에서 기획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나는 에이젼시에서 기획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들은 약간의 간접 경험에 의존하여 이야기해본다면) 


1.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 정의서에 따라

2.    제안을 하고

3.    제안에 따른 IA를 확정하고

4.    확정된 IA에 따라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으로


기획이 진행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정책서, 리서치 보고서 등 좀 더 다양한 산출물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핵심은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에 맞춰 요구 사항을 분해한 후(IA), 재조립(스토리보드)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이른바 탁월한 제품이 나오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여러 명이 협업하기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게 되는데 물론 웹이나 소프트웨어가 그렇게까지 특별할 일은 없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뻔한 결과물만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웹, 프로그램만 범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 또한 이런 현실에서 좀처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이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기획을 하고 싶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 시도는 아래와 같다.


1.    이제 나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Axure라는 프로토타이핑 툴로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우리 회사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기 때문에 상황적으로 운이 좋은 측면이 있다. 어쨌든 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 결과 내가 그동안 기획하던 기획물의 퀄리티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기획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웹사이트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로그인부터 사용자 목적 달성(전환)까지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다 기획서의 ‘액션’으로 녹이다 보니 어디가 빠졌는지 어디를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지가 훨씬 더 세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편해진 것도 큰 장점이다. 예전에는 파워포인트에 있는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늘 함께 짧더라도 미팅을 해서 내 의도와 생각을 전달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거의 10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개발자는 단순히 내가 만든 기획서를 클릭 몇 번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의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한다. 서로 간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각자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프로토타이핑을 활용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2.    기획에 데이터 분석을 적용한다. 사실 아직 실전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그렇게 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구글 애널리틱스, 뷰저블, Tune 등 기획자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 분석 툴은 많이 있지만 이를 실제로 사이트 구현 및 개선에 활용하는 기획자는 많지가 않다. 내 주변의 기획자들을 살펴보아도 대부분의 UX/UI 기획은 기획자의 직관이나 경험, 혹은 유사업체를 벤치마킹하는데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기획자의 직관과 벤치마킹은 여전히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유의미하고 측정이 가능한 기획, 퍼포먼스가 계산될 수 있는 기획을 위해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자 하고 있다. 때론 데이터가 인간의 직관과는 상충된 결과 값을 전달해주기도 하며, 정량적인 측정에 익숙해져야 KPI 관리(성과측정관리)에도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용자들이 쓰기 좋다더라가 아닌 실제 기획의 결과물이 특정 사용자 유입과 전환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검증할 수 있어야 보다 ‘정확한’ 기획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마케팅적 지식을 겸비한다. 기획자도 결국은 사람들을 설득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다. 마케팅은 만들어낸 제품을 잘 포장하여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만들어낸 제품의 기능을 사람들에게 잘 각인시키고 쉬운 적응을 위해 제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이러한 안내를 위해서는 반응 설계에 기초된 기획을 해야 하고, 이때 참고해야 될 점이 여러 마케팅 방법론이지 않나 생각한다. 모객에 성공을 한 여러 가지 마케팅적 방법론을 숙지하고 이를 내 제품 곳곳에 녹일 수 있다면 이 또한 사람들에게 내 제품이 좋은 제품임을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요새 참 바쁘다. 제휴 기획하랴, 자사 서비스 기획하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적어도 기획자로서 있는 동안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탁월한 제품한번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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