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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Nov 27. 2022

옷을 벗은 왕자님

가능하거나 혹은 불가능한 바람

아빠가 책 읽어주셨니?

아니요, 아빠는 바쁘다고 안 읽어주고

엄마는 재미없다고 안 읽어줘요.


아이는 뾰로통한 표정이다.

그러다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얼굴에

환한 불이 켜진다.

아! 그래도 이야기 하나 들었는데...

옷을 벗은 왕자님, 이에요.


나는 빵 터졌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나름대로 기억해낸 노력이

가상해서 상으로 몰래 초코볼을 가방에 넣어주었다.


장애를 가진 부모,

누구도 그들로부터 아이를 앗아갈 수는 없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제안을 계속해보지만,

썩 흡족하지는 않다.


복지관을 통하여 사례관리를 받더라도

어찌 되었든 타인의 집안을 속속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대로 두면 아이는 어떤 성장과정을 겪게 될까.


아이를 만날 때마다 나는 다소 무서운 선생이 된다.

보호자에게도 직접적으로 말을 전한다.


날마다 책을 두 권씩 읽고 모르는 어휘가 보이면 적어오세요.

휴대폰 허용시간을 정해서 반드시 지키세요.

스스로 씻을 수 있게 가르치세요.

최소한 읽기 능력은 가능하도록 과제를 해오세요.

아이에게 소리치시면 안 됩니다.

아이를 때리시면 안 됩니다.

아홉 시에서 열 시가 되면 재워야 해요.

아침을 꼭 먹이세요.

어쩌고 저쩌고..


상담내용은 글로 써서 다시 전달한다.

쓰고 또 쓴다.

말하고 또 말한다.

이루어진 일들은 칭찬한다.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면 다시 반복한다.

될 때까지 해야 한다.


골똘히 생각하니, 옷을 벗은 왕자님을 기억해낸

아이다.

제법 훌륭하다.

부디 그 강점을 살려낼 수 있는 어른으로

제법 키워보자.


#온우주가키워내야할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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