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길을 달리고 걸었다.
단식의 위대함을 깨닫고 비우는 삶을 만났다.
아빠와 가장 긴 시간을 공유했다.
도시락이라는 걸 싸주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그림을 가르쳐드린다.
많은 이들에게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모르는 이들에게 많은 책을 보냈다.
버리면서 생긴 이윤을 기부했다.
웃었고 울었고 두근거리고
무엇보다도 고마웠다.
늘 그렇듯이 범인의 삶이란 그저 그렇게
나에게만 은밀하게 대단한 일,
이것으로 충분하다.
읽고 걷고 쓰며,
무엇보다도 사랑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나도 자유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