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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Dec 09. 2022

처음으로 거부당하다

장애아동 매뉴얼

맞았다.

주먹으로 발길질로,

그러다가 할퀴었다.

금세 피가 비쳐왔다.

공격적인 성향의 4학년 남아는 거칠고 강했다.

다 끌어다가 집어던지기 시작했고,

활보 선생님을 향하여 덤벼들었다.


겁을 주면 바로 수그러들었다.


한 주 후,

아이는 멱살을 잡았다.

양팔을 잡고 앉아서 기다려,라고 단호하게 지시했다.

양육자가 표정이 변하더니,

안 할래요, 선생님이 강압적이네요.


두말하지 않았다.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운 순간이었다.

양육자는 아이가 11세가 되도록 그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구나 싶었다.


5년 전에 미발화 시절에 와서 6개월간 세 개의 치료를 번갈아가며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에서든 얼마나 긴 시간을 두고 아이를 양육하셨을까.

장애를 진단받았다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최우선이다.

그렇다면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타인들에게 외면당하지 않도록 행동과 말에서 기본을 가르쳐야 한다.

공격하고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는 친구들은 학교에서도 교사에게도 치료실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수 없으며,

보고 싶은 장면만 볼 수 없다.


썰이 길다.

누군가 나를 부정하는 사건, 적어도 치료일을 하면서는 최초다.

나는 강압적인가,

단호한 지시, 수용 후 칭찬,

긍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일은

치료의 시작이다.

그 시작은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5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준비되었는데, 거부라면

도리어 고맙다.


#아이를위해서라도달라지길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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