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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Feb 17. 2023

금요캠핑

간단하고 고요하며 얻어가는

지난 금요일,

킨텍스시민캠핑장에서 일박을 감행하였다.

상도동 업무를 종료한 시각이 거의 일곱 시,

도착까지는 금요일 혼잡까지 더해져 아홉 시에 육박하였다.

대화역에서 걸어서 40분,

나는 잰걸음으로 정확히 절반을 앞당긴다.

고요하고 깜깜하고 너른 공간을 지나자,

갑자기 시끌시끌

연기와 불빛과 왁자함이 동시에 벌어진다.


녀석은 이제 막 끝났다고 버너에 물을 올렸다.

침실용 텐트하나와 식당칸하나,

둘이 앉아 테이블하나와 화로대가 전부다.

금요일밤, 한잔을 위한 노동인데

뭐가 신나는 걸까.

끝없이 캠핑노동을 감행하는 건 늘 너의 몫이다.

몸을 움직이는데 영구미숙아인 나는,

그저 듣고 먹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다.

새삼스럽게 쉘실버스타인의 묵상이 대단하다.

나무는 그저 끝없이 인간에게 주시기만 할 뿐이다.


일정시각이 되자,

거짓말처럼 소등과 취침이 시작된다.

우리 모두가 고요와 어둠으로 줄달음질 치면,

자동으로 하늘이 켜진다.

달과 별을 이토록 가득 만날 수 있는

땅이었던가.

우리는 얼마나 집요하게 어둠을 몰아내려 애를 쓰며 살아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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