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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Apr 26. 2023

삶을 기르는 사람

진짜 사람만이 희망일지도...

고구마가 죽었다


엄마가 단정한 문장으로 일기를 시작하셨다.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깝다고 토로하는 이의 문장,

비장하며 서글프다.

그저 생을 기르는 일에 능숙한 이의

헛헛함이 절실한 문장이다.


좀 멍하다.

다들 좋아했는데 서운하네.


나는 엄마에게 문장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솔직한 당신 마음이다.

술부처리 역시 온전히 당신의 취향이다.

혼잣말도 하다가 경탄도 짜증도,

뱉어 내고 싶은 그대로 적어 내려 간다.


그래도 또 밥을 먹고살아야겠지



엄마일기는 실은 재미없다.

일상은 뱅글뱅글이고, 죄송할 지경으로 아빠밀착이다.

밥부터 똥까지

약부터 목욕까지 전 영역을 포괄한다.

동갑내기 남편을 길러내는 일의 팔 할은 엄마몫이다.

사과, 고구마, 밥, 별일 없이 하루가 간다.


진짜 별일이 없으니,

진짜 할 말이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성실한 몸짓을 계속하고 싶다 하신다.


우리의 무탈한 삶은  엄마가 지금도

길러내고 계신 게 아닐까,

엄마는 희망이다.

압도적이다.


#언제나부디게으른엄마를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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