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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May 26. 2023

그대, 야윈 몸

두번째 목욕

아빠목욕을 돕는다.

옷을 벗는 일 조차 뻣뻣해진 몸은 버겁다.

성긴 머리털, 거죽만 겨우 남아서

뼈가 장할 지경이다.

인공심박기가 툭 불거진 어깨는

볼 때마다 눈물이 덜컥난다.

고작해야 샤워기 물온도를 맞추고

등과 다리 등속에 비눗기 없이 삭삭 문지르는 정도,

아빠 심기를 묻고 몸에 힘을 주라는 격려가 전부다.


그래도 엄마는 도움이라고 하신다. 아빠가 혹시 수치스럽지 않으실까 조심스럽게...손짓하여야한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다.


잔뜩 야윈 당신의 몸을 어루만진다.

등뼈가 물색없이 툭 불거져서 마치 공룡의 그것같다.

얼굴과 몸과 발에 골고루 로션을 바르며,

아빠의 등뼈를 칭송한다.


덕분에 힘내나봐요,

공룡처럼...와, 아빠 대단해요.

나는 아이처럼 떠들어댄다.

적어도 당신 앞에서는 왁자하게

그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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