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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Sep 08. 2024

살아남은 자들

살기 위하여

불타는 날들이었다.

어느 날 아침 엄마가 상추와 로메인 모종을 들고 방문하셨다.


비좁은 화분에 열두 개의 아이들을 심어놓고

달아나셨다.


불타는 날들이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자세로

물을 주고 말을 걸었다.


나보다는 녀석이 더 열중하였다.

날이 지나며 진짜 타버리는 아이들이 생겼다.

물을 충분히,

해를 가려줘야 해,

박스로 집을 지어주는 등

녀석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열두 개 중 청상추 네 다발과

로메인 한 다발이 생존했다.


여전히 뜨겁고 속상했지만,

서너 장은 뜯어서 먹었다.

무게에 버둥거릴 때만 조심조심 뜯어먹었다.


녀석은 가끔 잔인하다며

애들 앞에서 먹는다는 단어를 제지했다.


살아남은 다섯,

나는 그들을 들여다본다.

고맙고 사랑스럽다.

살리기 위해 먹는다.

핑계를 대본다.


살아가기 위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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