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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Sep 26. 2024

찰나, 가을

목을 꺾어서 하늘을 본다

이제 계절 따위 가르치지 않을 터이다,

일기장에 호언장담했다.


오히려 직접적인 내일 날씨확인하기,

그 날씨에 대응하기,

도움 구하기 등이 나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 하늘은 가을이라는 두 글자가 아니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높이와 깊이다.

햇볕은 다소 따가워도

충분히 서늘함을 품고 있는 감사한 응달이다.

나는 마구 고함을 지르며

신나게 행주산성까지 질주하였다.


그러다 또 문득 시무룩해지자,

녀석이 기분이 널뛰기가 심하다며 책망이다.

아이들 만나는 이가 평정심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며.

알지, 아는데

나는 이토록 찬란한 가을도 겪었고

다 해보았는데 우리 다음다음다음 세대 어딘가는

이런 거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도록

기후가 변화할까 봐 걱정이라고 응수하였다.


아니다,

걱정 마라

우린 둔한 사람들 속도를 느끼지도 못할걸?

물론 미안하지 지구를 시들게 한건 우리니까

그러니까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개인들이 존재하지 않냐.


그래.

우리는 아무런 소비도

아무런 쓰레기도 생성하지 않고 귀가하였다.


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일기장에 아주 커다란 폰트로 쓴다.

열대야에서 차가운 바람으로

한걸음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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