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빛깔과 모양과 방향이었다
얌전하고 성격 좋은 다운청소년이 슬리퍼를 던져 얼굴이 찢어졌던 일이 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너무나 평화롭게 즐겁게 만나다가 성인이 되면서 헤어졌다.
교실에서 본인의 성기를 꺼내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어 전교가 떠들썩했던 더없이 성실한 아이도 있었다.
요즘 너는 웃음을 지웠다.
더없이 생글거리고 오로지 네,라고 활기찬 대답을 건네곤 하는 너이기에 우리는 흠칫 놀란다.
싫다, 화내다, 슬프다
부정적인 뉘앙스 자체에 대한 거부감마저 있는
너이기에 나는 슬그머니 사춘기를 의심한다.
조금은 더디게 오지만 어찌 발현할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어릴 적 좋아하던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 덜컥 눈물이 비친다.
중국어는 너무 재미없다. 그치? 너무 싫다.
싫어도 돼. 선생님도 너무 싫었어, 노잼이야.
눈물을 쓱 걷어내고, 눈을 맞춘다.
그래도 돼요? 싫어도?
당연하지. 싫은걸... 어렵고 한글보다 안 예뻐.
계속 외우라고 하고.? 말이야. 한글도 어려운데...
논리고 뭐고 무시하고 나는 네 편을 든다.
엄마는 늘 잘하고 오라고 하는데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없던 틱이 여기저기서 발현한다.
혼잣말에 팔 휘두르기까지...
검은색이 좋아요,
너는 검정색 색연필로 문을 그린다.
열 수 없는 문이란다.
다음 시간에는 열린 문을 그려보자고,
열었는데 벽일 수도 있고 열었는데 또 문이 스윽 나타날 수도 있고 문 다음에 그냥 다시 거리일 수도 있다고 다양한 문이 있다고 말해둔다.
내 안에서 무엇이 꿈틀대는지
미지의 감정 앞에서 너는 취약하다.
울다가 캐치볼을 하며 본인의 강한 힘, 빠른 팔이
건재함을 깨닫고 다시 웃는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버거운 짐,
나는 그저 너와 웃어보기로 작정한다.
모든 개인은 각자의 여지를 둬야 한다.
어찌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함께 웃으며 이 시간을 견뎌내고 흘러가고 단단한 삶의 과정을 겪을 것이다.
다만, 믿고 기다리고 아껴주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