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등반기

간만에 등산이 해발1950

by 다듬

새벽 6시 47분

성판악에서 시작된 산행

수많은 등반객들이 패딩을 꼭 여미고 일제히 산으로 오른다.

에너지부스터와 탁센을 먹고 가다가 힘들면 백록담은 아니가도 무방하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출발한다.


동이 터오는 느낌, 실제로는 7시 반이 훌쩍 넘어서였다.


한라산 성판악코스는 다소 길다는 점을 제외하면 초심자에게도 어렵지 않은 산행이다.

물론 긴 시간을 걸어야 하는 일 자체가 고뇌 혹은 고통일지도 모른다. 나는 금세 숨을 헉헉거렸다. 대체 젊은 시절에는 운동화 신고 한라도 지리도 어찌 갔던 걸까, 무식한 젊음이었음을 인정한다.



이미 해발 1600이 넘었던 지점 고사목 구간과 함께 수북한 눈과 맑은 하늘이 나타나면서 사진이라는 걸 찍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산을 떠난 지가 언제인데 한라라니...


그러나 기어코 백록담에 도달하였다.

정상석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 우리는 다행히 그런 면에서 잘 맞는 편이다.

우리 사진으로도 기억으로도 충분하다.


2천원과 함께 정상인증사진을 올리면 등반인증서를 발급해준다.

정상석과는 무관하다.


거의 비슷비슷한 메뉴들로 식사를 하고 하산은 관음사로 결정했다. 풍광이 더 아름답다는 소문에 동조하였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냥 원점회귀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멋진 순간이 없지는 않다.

허나 지긋지긋한 너덜길과 험한 계단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졌다.

모든 무릎통증은 하산할 때 이루어진다.

6시간이 지나가자 오른쪽이고 왼쪽이고 다 아프다고 고함을 치기 시작하였고 젊고 날랜 이들에게 수백 번 길을 양보했다.

그리고 결국은 완료했다.

9시간이 넘게 산에 머무르는 일은, 아마도 우리가 만난 후 처음이 아닐까.


제주조릿대.

한라산 전체에 넓게 퍼져서 그 무엇보다도 자주 마주하였다.

한라산은 탐방로를 엄하게 조성해 놓아서 길을 잃거나 할 일은 없을 듯하다.

넘지 말아야 할 선 너머로 거대한 원시림과 굴, 숯가마터 등 제주 특유의 독특한 풍광들을 볼 수 있었다.

500미리 물한 통, 포카리 2리터, 초코바 3,4개,

에너지부스터 2회, 홍삼 에너지젤 2개, 핫앤쿡 1개


뭘 많이 먹는 느낌이지만, 우리는 가져간 것들을 거의 깔끔하게 먹고 하산했다.


지들이 먹은 과자껍데기를 버리는 중국커플,

남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주우며 올라가는 반바지입은 한국청년,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에

덩달아 반중정서가 싹틀 뻔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느끼지만 중국인들이 정말 많이 들어와 있고

그들은 주로 매너가 별로였다.


별이 가득했던 새벽하늘, 감사했고

모든 걸 잘 준비해 준 나의 여행메이트, 당신 덕분에

늘 모든 걸 해낸다.


마방지 주차장에 주차하길 잘했고,

덕분에 폭삭속았수다,를 제주출신 택시기사도 만났고,

모든 게 충분하였다.


다시 산으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났고,

잘 움직여주지않는 다리를 이끌고 치킨을 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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