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결국은 다시 책상 위에 물건들이 쌓인다.
토요일, 아빠와 언니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훌륭한 국물을 마주하였기에 별 수 없이 소주를 한병 비울 수밖에 없었다.
비한번 내리면 낙엽은 끝장이에요.
아빠, 운동은 매순간 하셔야 근력이 붙어요.
이런 일상적인 말들을 하며 좀 걸었다.
확실히 느리고 균형이 살짝 힘든 아빠의 보행은 늘 아슬아슬하고 가슴아프다.
그래도 가끔씩 아빠는 손에 힘을 줘서 꽉 잡았다.
아직 아빠,를 주장하시는 듯이
귀가하여 음악을 들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혼자 노래방이나 가볼까, 싶어서 베낭하나 들고 번화가로 나갔다.
와, 사람이 진짜 많다.
모든 밥집과 술집에 사람들이 그득그득 담겨 있다.
즐겁게 떠들고 취하고 시끄럽다.
주말같은 분위기, 막상 집을 나셨지만 결국은 다시 서점이다.
평소와는 다리 시집들이 많이 들어와있다.
세편이상 눈에 들어오면 집으로 모시고 간다.
얼마나 샀는지 시인데 무겁다. 영차!
토요일 늦은 저녁 계산대는 한산하다.
직원은 지나치게 친절했다.
시간있냐, 약10분만 시간을 들이면 6천원 할인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내 폰을 들고 가서 이것저것 깔고 다운받고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다 되었단다.
아빠 발걸음을 위태롭다 여겨놓고서 나 역시 폰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게 늙어가고 있구나.
그 안에 한권이 이렇게 나에게 들어왔다.
나는 청소하기 싫다, 라고 적힌 한줄...나 역시 청소하기 싫다.
그래서 다른 쪽 펼쳐보지도 않고 소중히 샀다.
오늘 아침에 읽어보니 글쎄 그 시가 좋다.
예전에 20대에 책값이랑 술값만 있으면 세상 살만하지 않은가, 라고 늘 끼적였었다.
나는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러하다.
우리 아이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술이고 책이다.
세상이고 안정이고 위로이며 시간이구나.
아무튼 오늘은 참으로 청소하기 싫은 날, 새벽 어둠을 뚫고 일하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