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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25. 2020

여행이 주는 하나 된 평온함

마지막 이야기



감정 식탁/ 평온함


Chater 4> 오타루.  추억의 시간여행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 인 오타루로 이동하였다. JR이라는 외곽 전철을 탔다. 시내를 조금 벗어났는데 창밖에 바다가 보였다. 구름이 약간 낀 하늘에 빛이 비치어 바다는 민트색이었다. 오타루를 도착할 때까지 해안선은 이어졌고 창밖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오타루 역에 내렸더니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체크인을 하고 여행 가방만 두고 호텔에서 우산 빌려서 거리 산책을 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시골 같은 풍경이 더 정감이 있었다. 오타루는 유리공예와 오르골이 유명하다고 해서 오르골 박물관을 찾아갔다.

빗줄기는 오타루를 도착했을 때 보다 굵어졌다. 우산에 내려앉는 소리도 성악 바리톤처럼 묵직하고 나지막했다. 두 사람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기에는 좁은 골목을 걸으며 상점들을 구경했다. 기모노를 입고 게타를 신은 일본 할머니도 종종 보였다. 우리는 예스러움과 비 내리는 거리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한참 걷다가 우리는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커피 향기 너무 좋다.’

우산을 쓰고 있어서 신경 써 보지 않으면 간판도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오롯이 향기에 길 멈춰 선 것이다. 비가 오는 날 커피를 로스팅하면 향기가 바닥에 내려와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빗소리와 커피 향에 취하고 싶어 비 오는 날 로스팅한 적이 많았다. 그 기억처럼 우리는 향이 끌려 카페로 들어갔다. 입구를 들어서니 로스팅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페는 거리처럼 빈티지한 느낌이었다.  1990년대 도투루, 쟈뎅 같은 커피전문점 같은 느낌이었다.

로스팅하는 카페답게 핸드 드립 원두 종류가 많았다. 비 내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메뉴 판에서 우리의 발목을 묶은 향기를 추적하듯 커피를 찾아 주문했다.  






매장 안에는 군데군데 흡연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담배 냄새가 싫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 위에 재떨이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국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술집이나 카페에 실내에서 흡연이 허용된 때가 있었다. 오타루는 1990년대를 담고 있는 추억의 상자 같았다. 창밖에 비를 구경하면서 우리의 후각을 매료시킨 커피를 기다렸다. 하얀 잔에 초콜릿 빛을 커피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딸아이는 빨리 마셔 보라고 재촉했다. 한 모금 조심스럽게 삼키어 보았다. 그리고 목 뒤로 넘어가면서 나무 향이 숨과 함께 내어 쉬어졌다. 군고구마 껍질에 붙어 있는 속살 같은 달큼하고 쌉쌀한 맛이 났다. 딸아이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눈이 커졌다. 우리를 매료시킨 다크 초콜릿 같은 커피 향이 잔에 담겨 있었다. 예상에도 없던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는 동안 빗줄기는 더 굵어져서 운하까지 가는 것은 다음 날로 미뤘다.




숙소로 돌아와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호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커피 향에 끌려 마신 커피,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것들로 수다 보따리를 풀었다. 음식도 맛있지만 이야기가 더해져서 더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빈티지한 것을 좋아하는 딸을 보면서 내 취향이 같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서로 공감을 나누는 오랜 된 친구와 여행하는 것 같았다. 딸이 어렸을 때는 내가 딸을 위해 여행을 준비하고 이끌었는데 딸이 성인이 되니 입장이 바뀌었다. 심장이 온기로 채워졌다. 모닥불 앞에 앉아 있듯이 편안하고 따듯했다.



여행 다녀온 후, 그 해 여름 내 생일에 선물과 손 편지를 받았다. 손 편지에서는 삿포로 여행에서 느꼈던 일들을 겪으면서 학창 시절엔 엄마는 무서운 사감 선생님 같았는데, 엄마도 소녀였고, 여자였던 것을 알았다면서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딸이 친구가 되어 준다는 고백을 받았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부모와 자식은 숙명이라고 한다.  숙명이 운명이 되고, 운명의 끈으로 자식이 인생에 벗이 되었다.  운명과 벗하고 가는 여행은 가장 편하고 행복하고 평온하다.





추천 레시피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 숨어 있는 쌉쌀한 맛은 현재와 과거의 간극을 허물게 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과거가 현재 안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올 때가 있다.


"입안에 추억을 끌어낼 디저트를 추천한다."



생 초콜릿

chocolat  cru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중탕해 녹인다.  

녹인 초콜릿에 생크림을 넣고 생크림의 흰색이 없어지고 윤기가 날 때까지 한 방향으로 돌리며 섞는다.  

종이 포일을 깔고 평평한 틀에 초콜릿을 골고루 붓고 표면에 기포가 생기지 않게 정리한다.

냉장에서 한 시간 정도 굳힌다.

굳힌 초콜릿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순도가 좋은 카카오 가루를 묻혀 접시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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