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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Aug 17. 2020

커피에 빠지다

네 번째 이야기 : 커피에 빠지다

감정 요리/ 설렘



나는 인생의 사춘기를 딸아이는 성장의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스타벅스 죽순이라는 별칭을 가진 만큼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과도 친밀했다.

지금도 그때 일했던 직원들과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는다.

스타벅스는 오늘의 커피라는 메뉴가 있어서 매일 다양한 원두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날도 바리스타와 아침 인사를 하고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다.

나의 지정석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어제와 다른 맛이 있었다.  커피의 본연의 맛과는 다른 단감이 덜 익은 듯한

떫은맛이 났다.  아침이라 입맛이 달라져서 그런가 해서 몇 모금 더 먹어보았다.

하지만 다르지 않았다.  

나는 남은 커피를 들고 친한 바리스타에게 갔다.

“하니 씨!”

그녀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나는 웃고 있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커피 맛이 좀 이상해요. 커피의 타닌이 맛이 아닌 진짜 떫은맛이 나요.”

그녀는 놀란 듯이 커피를 건네받았다.

“확인해 보고 다시 내려드릴게요. 자리에 앉아 계시면 갖다 드릴게요”

 몇 분후  그녀는 내 자리로 커피를 가지고 왔다.

“고객님. 어떻게 아셨어요? 커피 필터가 잘 끼워져서 제대로 추출되지 않았어요. 고객님

 아니었으면 커피 맛 변했다고 불만 접수될 뻔했는데 미리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 이런 맛까지 구분하실 수 있으시면 바리스타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재능 있으신 거예요.”

미각에 집중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좀 전과는 다른 커피 맛이 느껴졌다.  

케냐의 산미와 쓴맛이 기분 좋게 입안을 채웠다.


“나의 휴식의 벗인 커피가 직업이 된다면 어떨까? “

커피가 직업이 된다는 것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때부터 커피를 마시면서 미각과 후각에서 머리로 전달되는 맛을 기록했다.

커피머신에서 내려오는 갈색 빛 에스프레소에는 맛과 향이 담겨 있다.  

로스팅된 원두에 따라 풍미와 향이 달라진다.  숯처럼 검은색으로 로스팅된 원두는 쓴맛이 강하고 향은

그리 강하지 않다. 밝은 갈색 빛으로 로스팅 한 원두는 침이 고이는 신맛이 나고 쓴맛은 적다.

여름철 차갑게 먹으면 좋다.  은은한 꽃향기와  코코아맛이 나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딸기 맛을 연상하는  달고 신맛이 나는 베리몽 예가체프.  

어린 시절 흙장난하고 씻지 않은 손을 입에 물었을 때 먹었던 흙 맛이 나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는 향수처럼 체액과 섞이면서 자신만의 향이 되듯이 커피도 그렇다. 나만의 향과 맛이 기억된다.

영화를 보고 티켓을 모으듯이 나는 커피 영수증을 모았다.

그리고 커피에 관한 맛, 느낌, 향기 등 이런저런 것들을 적었다.

나만의 커피 노트를 만들면서 커피에 대한 미각은 더 예민해지고 깊어졌다.

꿈을 열어 줄 커피에 빠졌다






추천 레시피


한잔의 커피는 바리스타의 역사를 마시는 것이다.

같은 원두도 바리스타의 추출 방식, 취향, 실력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바리스타의 실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얼마나 많이 실패하고, 얼마나 많이 커피를 마셔 보았는지

따라 같은 커피도 다른 맛과 향을 낸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숨은 그림 찾듯이 꿈을 찾기를 바라면서

핸드드립 커피를 추천한다.



핸드 드립 커피

un café filtré   


핸드드립은 커피 머신에서  고압으로 추출하는 방식 아닌 종이 필터를 이용해서 손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바리스타의 손맛이 나는 커피 추출방법이다.  종이 필터를 통과하면서

크레마는 줄어들고 로스팅한 커피에 향과 맛이 담긴다. 핸드 드립은 크레마가 적어 커피

온도가 낮아도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마시고 싶을 때 추천한다.

원두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향미를 가진 브라질 산토스,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입에서 느껴지는 묵직함과 풍부함을 가진 인도네시아 만델링. 해풍으로 말린 인도의 몬순.

해발 1,200 미터 이상에서 자란 커피 향의 귀족인  에티오피아의 케냐, 시다모, 예가체프.

나라와 지역마다의 커피의 맛과 향이 다르다.

날씨에 따라 옷을 선택해 입듯 커피도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마시면 좋다.


tip>  날씨에 따라 추천하는 핸드 드립.

. 더운 여름철 섬세한 신맛과 단맛이 나는 케냐, 시다모를 차갑게 마신다


. 손이 꽁꽁 언 겨울에는 묵직한 맛의 만델링을 마신다


. 봄 햇살처럼 따듯하고 나른할 때는 부러운 향을 가진 브라질 산토스를 연하게 마신다.


. 가을에 스산한 바람으로 마음까지 서늘함이 느껴질 때 코코아 같이 달고

  꽃 향기가 나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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