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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Aug 25. 2020

감정을 담은 프랑스 요리

다섯 번째 이야기: 영혼의 사치

감정 요리/  이질감 (異質感)



커피에 대한 지식이 많아질수록 스타벅스 커피가 지루해졌다. 


규격에 맞춘 커피가 아닌 특별한 커피를 맛보고 싶었다.

핸드 드립 커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기에 내 욕구를 채워 줄 부띠크 한 카페가 많았다. 문제는 거리였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홍대, 광화문, 삼청동, 명동, 역삼동 가고 싶은 카페가 있는 곳이었다. 

커피 투어 스케줄을 다이어리에 적기 시작했다.  한 주에 이틀 정도는 이동할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서 버스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부터 스케줄을 잡았다

그 당시 삼청동은 핫플레이스였다.

삼청동에는 한옥을 개조한 멋있는 카페들이 많았다. 

그 카페들에는 바리스타의 개성이 가득했다.  


카페 취향에 따라 원두를 로스팅하는 방법도 각기 달랐다. 

검은빛에 가까운 브라운 빛에 원두만 경험하다가 여러 빛의 원두를 보았다


베이지색 원두,  밤색 원두, 초콜릿색 원두 각기 채도에 따라 향과 맛이 달랐다

재스민, 민들레 같은 꽃 향기, 레몬이나 딸기 같은 향이 나는 산도가 높은 맛, 아몬드나 호두 냄새가 나는 견과류 같은 향, 담뱃갑을 갓 열었을 때 나는 냄새, 갓 깎은 잔디에서 나는 풀 냄새, 정향이나 계피를 연상시키는 냄새, 마른나무, 와인의 코르코 마개에서 나는 향, 초콜릿 같이 달콤, 쌉쌀한 맛. 모든 향이 커피 속에 녹아져 있었다. 커피 여행을 떠나는 매일이 설렜다.


내가 커피를 빠져있는 동안 남편의 불만은 재크와 콩 나무처럼 자랐다. 

남편은 커피를 마셔 보겠다고 유명한 카페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이 시간 많은 아줌마의 사치로 생각했다.  

남편과 나는 무엇이 사치인지에 대한 기준이 달랐다.

남편은 가족과 함께 쓰는 건 사치가 아니라고 여겼다. 개인적으로 쓰는 건 사치라고 보았다. 


어떻게 남편을 설득해야 할까? 나는 고민에 빠졌다. 다른 생각을 설득하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남편과 가족들을 미래의 고객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커피 맛을 알게 해 준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나는 남편에게 커피를 집에서 먹을 수 있게 커피 수업을 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커피 도구를 샀다. 핸드드립을 위해 그라인더, 드리퍼, 주전자, 종이필터. 에스프레소로 먹기 위해 

모카커피포트. 프레스... 주방을 작은 카페로 만들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로스팅한 원두를 사러 다녔다.  

그 원두로 남편의 지인들에게 커피와 디저트를 대접했다.

그리고 수업 때 배운 커피 이야기, 향, 맛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큐레이터 시선대로 그림을 보듯 내 설명을 들으면서 마시니까 향과 맛이 잘 느껴진다고 좋아했다. 함께 구워낸 스콘도 커피와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이런 모습에 남편 어깨가 으쓱해졌다. 오래전부터 커피 애호가였던 것처럼 내 설명을 거들었다. 


이후 남편은 서서히 내 커피 사랑을 이해해 갔다. 커피에도 관심을 보였다.

스타벅스에서 보내던 시간은 곧 커피 수업을 듣느라 내 일상에서 빠져나갔다. 

엄마의 자궁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는 기분이었다.


      


     "로스팅 라벨"

           tip>>로스팅한 원두의 채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 신맛과 쓴맛을 두 가지 맛을 기준으로 구별된다. 




추천 레시피


이솝 우화  <학과 여우 이야기>에서 학을 초대한 여우는 쟁반처럼 넓은 접시에 음식을 대접한다.

학은 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나중에 학이 여우를 초대해 호리병처럼 좁은 그릇에  음식을 대접한다. 

여우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다름은 갈등을 만든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려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간에 교집합을 만들어야 한다.


단 맛과 쓴 맛  두 가지 맛이 교집합을 이루는 레시피를 추천한다.




퐁당 쇼콜라 케이크와 커피

Gâteau au chocolat fondant et un café


송편처럼 안에 고명을 넣은 케이크이다.  

송편에 밤을 넣듯  코코아 가루로 반죽한 안에 캐러멜이나 초콜릿을 넣는다.

반죽을 오븐에 굽는다


퐁당 쇼콜라 케이크는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하다. 

반을 가르면 눅진한 초콜릿이 흘러나온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달콤한 맛에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만 같다.


ps.  아이스크림을 한 덩어리 올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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