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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Oct 10. 2020

콜럼버스처럼 나의 신대륙 찾기

감정 요리/ 용기 (勇氣)



나는 지쳤다.

내가 누구 인지 잘 모르겠다.

나를 잃어간다.


내 일기장에 언제나 등장했던 문장이다.

방년 꽃다운 나이에 엄마가 되고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서글펐다.

이런 감정 넋두리할 곳은 일기장뿐이었다.


매일 찾아오는 이 감정과 씨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잠정적 보류 상태로 살아갔다.

그리고 모든 것을 딸아이 대학 입학 때까지 미루어 두기로 했다.

딸에 수능 100일 전 투병 중인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시어머님의 모든 살림을 정리했다.

혼자 계시는 시아버님이 걱정되어서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시게 했다. 시아버님은 이사하시고,

삼시 세끼를 함께 드셨다. 잠만 따로 주무시고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다.

수능생, 시아버님. 이들을 위해 나는 영양가 있는 식사를 매끼 차려야 했다.

내 등에는 식탁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

하루 세끼, 간식까지 챙기면 하루가 저물었다.

남편에게 딸아이가 대학 입학하면 나를 놓아 달라고 말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딸아이가 대학에 입학했다.

미루어 놓았던 나를 찾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라도 내가 있는 곳을 떠나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엄마, 아내, 며느리 이런 위치가 아닌 그냥 나 자신으로 나를 데리고 살 수 있을지 낯선 곳에서

나를 평가해 보고 싶었다.  

딸아이 수능 발표 전까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가능한 멀리 떠나고 싶었다. 지구 반대편 낮과 밤에 시차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영국에 친한 동생이 있었고, 뉴욕에는 친구가 늦깎이 유학생으로 있었다. 영국과 뉴욕은 내가 떠나고 싶은 조건에 맞는 곳이었다. 한국이 낮이면 그곳은 밤이고 생활에 패턴이 다른 곳에서 홀로 서기를 하고 싶었다.

나의 첫 홀로서기 두 번째 조건은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 보는 것이었다.


이 조건을 만족할 있는 곳은 뉴욕이었다.

뉴욕은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에 삶을 엿볼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곳이었다.

뉴요커의 라이프가 패션이 되고 문화가 되던 시절이었다.  뉴욕에서 먹는 아침메뉴가 브런치라는

문화를 만들고, 그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고 홍대, 가로수길은 엄마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어

찾아다니던 시절이었다. 언젠가 내가 카페를 하면 선택해야 될지도 모르는 문화적 콘텐츠였다.

선택을 하려면 경험이 필요했다.

뉴욕에 있는 브런치를 다 먹어 보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뉴욕 행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입국심사 비자를 발급받았다.

뉴욕  비행기표, 여권, 입국 비자가  책상에 놓였다. 그리고 뉴욕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에게 가이드와 숙소를 부탁했다.


여행을 가기 위한 준비가 끝나고 딸아이에 수능 발표를 기다렸다.   시간 동안 나는 뉴욕 여행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모든 것을 혼자   적이 없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결혼하고서는 시댁과 남편이었다. 마흔 살이 되도록  순간도 혼자  적이 없었다. 이런 내가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시간을 결심한 것이었다.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새로운 나로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번 고비를 넘지 않으면  자신을 찾을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같았다. 흔들리는 마음이는 내 마음을 가족들에게 숨겼다. 이런 마음에 주저앉을까 두려웠다.

내 마음을 다독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딸아이 대학 입학 통지서가 오고 내가 떠날 시간이 왔다. 남편이 공항까지 데려다주는데 약간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나는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탑승수속을 밟고 케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저녁 비행기라서 착륙장에서는 유도 등이 켜지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드디어 케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에게 다녀오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끄고 하늘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승무원은 분주하게 이륙 준비를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린다. 귀가 먹먹하고  가슴은 조였다.

나도 모르는 눈물이 나서 목에 메였다.






추천 레시피


새로운 도전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두려움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허약한 아이에게 엄마는 정성을 들인 갈비찜을 먹인다. 한식의 찜 같은 요리가 프랑스 요리에도 있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수비드( sous vide) 방법으로 익힌 요리다.

수비드 방법으로 진공상태에서 저온으로 60도 이하에 온도에서 고기를 천천히 익히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소화가 잘된다.


새로운 도전에 힘을 북돋아줄 요리를  추천한다.





소갈비 수비드 스테이크

소스/겨자 레몬

Travers de boeuf sous vide (avec la sauce moutarde & citron)


소갈비를 손바닥 크기로 준비한다. 완성되었을 때 접시를 가득 채우게끔 고기는 두껍게 썬다.

레드와인, 로즈메리, 마늘즙, 소금, 후추로 에이징 한 고기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60도 7시간 정도 수비드 기계에 넣는다.

준비된 고기는 달구어진 팬에 버터를 녹여 태닝 하듯 브라운 색으로 굽는다.

소스는 상큼한 소스를 준비한다. 씨겨자를 추가하면 식감이 재미있어진다.

오이나 양상추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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