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Oct 22. 2020

뉴욕에 가다.

감정 요리/ 대견스러움



승무원들이 입국서류들을 나누어 주었다. 비행기를 탄지 12시간이 지났다.

두려움, 설렘이 뒤 엉켜 잠을 잘 수 없었다. 눈은 건조하고 다리는 무겁고 허리는 딱딱해졌다.  

몸을 풀려고 화장실 통로를 걸어갔다.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내릴 준비하는 사람들로 화장실은 만원이었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고요한 하늘이 밤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 모니터에서 뉴욕 시간을 확인했다.

 

일요일 저녁 7시였다. 내가 한국을 떠난 온 시간이 다내가 있는 공간은 떠났지만 시간은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동을 하는 타임캡슐을 탄 거 같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뉴욕의 날씨와 시간을 알려 주었다. 착륙시간이 

다가올수록 떨렸다.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겠지만

입국장까지 나가는 길은 혼자 해결해야 했다.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긴장됐다.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소리와 진동이 왔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호흡을 참았다.  


비행기가 멈추고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기장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짐을 내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현지 항공사 직원들이 작별인사를 했다.


통로를 따라 입국심사대로 갔다.

영화 속에서 본 장면이 내 앞에 펼쳐졌다. 경찰 복장한 심사원이 은행 창구처럼 있고 그 뒤로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심사를 기다렸다.

태어나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입국심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길고 깐깐해 보였다. 어떤 여자는 경찰이 데려 가리고 하고, 입국을 거절하는 광경도 벌어졌다. 이 모든 광경이 내 눈 앞 1미터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심사관은 백인 젊은 남자였다. 검사대에 서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방문 목적, 머무를 숙소에 위치, 돌아갈 날짜 언제인지, 자국에 아는 사람은 있는지, 그 사람에 직업은 무엇인지.  심사관에 영어는 번개 같이 지나갔다. 들리는 단어에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했다.

나름 잘 대답했다고 생각하면서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지문인식에서 에러 소리가 난다.

집안일로 지문이 없어졌는지 인식되지 않았다.


열 번째 지문인식기에 손을 올렸다. 백인 심사관에 얼굴은 짜증으로 일그러지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고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이 난처한 상황에서 옆 칸에 있는 심사관이 내 자리로 나와 내 손가락을  물 티슈로 닦고  손가락을

인식기에 이리저리 옮겨가  얹으면서 말했다.

“릴랙스, 릴랙스  컴 다운."

나이가 있으신 남자 흑인 심사관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올렸다. 드디어 인식됐다는 녹색 불이 켜진다.

흑인 심사관은 내 어깨를 두들기면서 잘했다고 한다.  내 담당 백인 심사관은 짜증 섞인 손짓으로 나가라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백인 심사관에 불친절이 화가 난다.


우여곡절 끝에 심사 대를 통과했다.  내 등은 땀으로 젖어 있고 얼굴에도 열기가 올라 땀이 나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주저앉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친구 때문에 출국장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착륙하고 한 시간이 지났다.


입국장 문이 열렸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입국장이 한산해서 친구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6년 만에 만나는 친구. 그녀도 나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는지 지친 기색이었다.

우린 아무 말없이 끌어안았다.  엄마 품처럼 따듯하고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입국장 밖으로 나갔다. 뉴욕에 겨울바람이 내 등과 얼굴에 열기를 식혀 주었다.


우리는 뉴욕의 상징인 노란 택시에 몸과 짐을 실었다. 택시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밤이라서 뉴욕에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자유로를 탄 느낌이었다.

차 안에서 친구에게 입국 심사할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그렇게 심사관이 자리로 나와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늘이 도와 준거라고 했다. 여자 혼자 입국하면 불법체류가 될 확률이 많아서 더 깐깐하게 하는데 나는 기혼자라서 그런 오해는 하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짐을 내리고 거리를 보니 뉴욕이란 것이 실감이 되었다. 내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았던 풍경이 내 눈 앞에 보였다.

갱스터가 나올 만한 빈티지한 아파트, 술집, 가게들이 보인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치면 친구가 말한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관광객인 줄 알고 도둑맞아. 얼른 들어가자.”


친구네 집으로 들어갔다.  4층까지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신발을 신고 짧은 복도를 지나 친구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친구는 생수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웰 컴 투 뉴욕!”

“오느라 고생했어. 뭐 좀 먹을까?”


우리는 가볍게 맥주 한 병씩을 마시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가 떠나온 한국은 월요일 아침이고 ,

나는 일요일 밤이었다. 이상하다. 내가 살아온 시간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으로 이동되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친구는 피곤했는지 꿈속이다.

사이렌 소리, 겨울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추천 레시피


음식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인생에서 소화력은 모든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이다.


소화를 돕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고 면역에도 도움이 되는 레시피를 추천한다.



시금치 크림 리소토

Risotto crémeux aux épinards


힘센 뽀빠이가 좋아하는 시금치에는 비타민k, 엽산, 철분 ,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비타민k는 면역과 소화를 돕는 영양소이다.


믹서로 간 시금치를 버터에 볶고 크림소스와 육수를 넣고 약불로 끓인다.  이 시금치 크림소스를 밥에 붓는다. 그리고 버터를 넣어 밥에 소스가 스며들게 저어준다.  농도가 먹기 좋게 되면

미리 데워 둔 그릇에 담고 파마산 치즈를 토핑 한다.






  tip>

 그릇이 따듯하면 먹는 동안 식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음식을 하는 동안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면 요리가 끝날 즈음에 데워진다.





이전 05화 콜럼버스처럼 나의 신대륙 찾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