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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01. 2020

 뉴요커처럼 살아보기

뉴욕에서 내가 산다면 어떨까?

그녀는 아침마다 뉴욕 지도를 폈다. 그리고 아무 데나 손가락으로 집으며  어떻게 가야 할지 내게 질문을 했다. 내가 머뭇거리거나 틀리게 대답하면 뉴욕을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면 길 찾는 방법을 꼭 알아야 한다고 했다.

 길을 잃어 당황할 때면 그때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 길을 잃어버렸으면 가장 큰 도로를 찾아. 그리고 네가 서 있는 위쪽에 크라이슬러 빌딩이 보이면 업 타운에 

 있는 것이고, 뉴욕 시청이 보이면 다운타운에 있는 거야. ”

크라이슬러 빌딩은 바늘 같이 올라 화살 같았고, 뉴욕 시청은 민트 색 고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빌딩 

숲에서도 눈에 잘 띄었다.

복잡한 지하철에서나 거리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그녀에게 배운 대로 나는 크라이슬러 빌딩을 보았다.

맨해튼은 길쭉한 옥수수처럼 생겨서 위, 아래만 잘 찾으면 바둑판처럼 만들어진 길은 다음 길 찾기가 쉬웠다. 


나는 아침마다 출근 뉴요커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42번가로 향했다. 

지하철에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브라이언트 공원이 나온다. 그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뉴욕 도서관으로 

갔다. 뉴욕 도서관은 어릴 때부터 가고 싶은 도서관이었다. 영화 속에서 오드리 헵번이 갔던 도서관이었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열람실 색인카드 서랍에 적힌 저자를 찾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은  대리석 벽으로 되어있었다. 성화가 그려진 천장은 금장으로 된 액자를 나무 벽에 걸어진 것처럼 되어 있었다. 열람실로 가는 긴 복도는 촛대로 된 조명을 해두어 어두웠다. 

어둠침침한 복도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학교를 걷는 기분이었다.  이 마법 같은 복도를 지나  열람실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에서 본 비슷한 고풍스러운 그림과  금장으로 장식된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벽은 책장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금색으로 된 스탠드가 책상마다 있었다.  불 켜진 스탠드는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웅장하고 고풍스러웠다. 나는 이곳에서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아침이 행복했다.


***

뉴욕은 종합 선물 세트처럼 음식도 인종도 문화도 다양했다.  그 다양함이 신선했다.

뉴욕은 거리마다 차이나타운, 코리아타운처럼 이주민들의 음식들이 많았다. 센트럴 파크 주변은 프랑스 요리와 일식이 많았다. 브롱스처럼 할렘 가에는 남부 노동자들의 음식이 많았고, 소호와 뉴욕 대 근처 거리에는 중국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이 많았다. 유니온 스퀘어처럼 IT분야 회사들이 모여 있는 거리는 베트남 음식, 이탈리안 음식이 많았다.

내가 있었던 브루클린에는 러시아 이주민이 많아 러시아 음식들이 많았다. 마트에 가면 한국에 젓갈과 밑반찬을 팔듯이 러시아 절임 음식과 전통음식을 팔았다. 러시아 음식 접할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32번가에 있는 코리안 타운에는 한국 마트가 있고, 감미옥, 고려당, 파리바게트, 노래방이 있었다. 한국이 그리울 때나 지쳤을 때 숙소를 들어가기 전에 코리안 타운에 들려서 마음의 충전을 했었다. 한국에서 없어진 감미옥이나 고려당을 보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뉴욕에서 내가 좋아하는 곳은 소호였다. 소호는 우리나라 홍대처럼 돈 없는 아티스트들이 작품 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곳이었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스튜디오가 많아지면서  아티스트들이 모여진 곳이었다. 


소호 식당들은 음식도 저렴하고, 맛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두 곳이었다.

중국인들이 하는 광동식 차이니즈 레스토랑과 일본인 아내와 프랑스 남편이 운영하는 프렌치 비스트로 식당.

이 두 곳은 일주일에 한 번씩을 꼭 외식하는 곳이었다.

차이나 레스토랑은 게 요리와 광동식 가자미 튀김이 베스트였다. 게 요리도 맛있었지만, 광동식 가지미 튀김이었다. 넓고 긴 접시를 채운 튀긴 가자미에 간장 소소 뿌려먹는 요리였다. 식탁이 꽉 찰 정도로 가지미가 컸다. 

가자미가 커서 살이 많아 생선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잔뼈가 과자처럼 바싹 했다. 접시에는 생선 뼈가 빗처럼 

한 개 만 남았다. 밥도 푸짐하게 대접으로 나왔다.  따듯한 차를 계속 리필해 주어서 추운 겨울에 어울렸다.

레스토랑에는 동양인들뿐 아니라 뉴요커들도 많았다.  한국사람들이 팁을 주지 않고 가서 그런지 식사를 끝날 때쯤 되면 점원이 식탁 앞에서 계산서를 들고 서있다. 현금만 받는 곳이라서 18% 팁을 꼭 달라고 말하면서 챙겨갔다. 이것만 빼면 손에 꼽을 수 있는 맛 집이었다. 


또 다른 한 곳은 프렌치 비스트로 식당이었다. 식당은 가정집 거실에서 식사에서 초대를 받아먹는 기분이었다. 일본인 아내가 좋아하는 소품과 프랑스 남편이 좋아하는 소품들은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소박하지만 따듯한 음식을 제공해 주는 곳이었다. 뉴욕에 칼바람으로 언 몸을 녹이는 양파 스푸는 한 스푼을 떠 목으로 넘기면 따뜻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그리고 버터에 고소한 맛과 양파에 단맛에 침이 고였다.  

추위에 경직된 몸과 미각을 햇살처럼 열어 주었다. 

양파 스푸, 치즈 그라탱, 오믈렛, 뱅쇼, 트러블 초콜릿, 핸드 드립 커피  모든 메뉴들은 투박했지만 마음까지 

포근하게 해 주는 마력이 있었다. 

뉴욕 브런치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듯함을 이 곳에서 찾은 것 같아서 자주 갔었다.







추천 레시피

양파수프는 내가 뉴욕에서 찾은 보물 같은 요리이다.  

양파수프를 먹기 전, 내가 알고 있던 프랑스 요리는 달팽이, 거위 간, 크로와상 정도였다. 

평범한 재료로 만드는 요리는 프랑스 요리가 아닌 줄 알았다. 추운 겨울에 몸과 마음을 녹이듯 양파수프는 

내 고정관념을 없앴다. 양파수프를 먹을 때면 나는 영혼이 채워지는 것 같다.


양파 스푸 

Soupe à l'oignon


양파를 채 썰어 갈색이 날 때까지 약한 불로 볶는다. 거의 갈색을 띤 양파에 버터를 넣고 팬에서 녹인다. 

준비한 육수를 넣고 끓인다. 오븐용기에 양파 수프를 담고 바게트 빵을 올리고 치즈를 뿌린다.

오븐 용기를 오븐에 넣고 치즈가 녹으면 꺼낸다. 양파수프 위에 후추, 바질 가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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