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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10. 2020

인생의 빙하기를 보내는
나를  위한 격려

감정 요리/격려


1999년 12월 31일. 세기말이라고 사람들이 술렁였다. 종말이 온다는 뜬소문으로 세상은 혼란해졌다. 이런저런 불안으로 은행에서 돈을 찾아 집에 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그때 나도 지구가 없어질까 걱정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세기말의 두려움을 잊었다. 나 역시 그랬다



4차 산업 혁명이다, ai 시대가 온다 ,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종말 따윈 없을 것 같고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0여 일 동안 사회와 세계가 다운된 이 시점에서 고백한다. 나는 두려웠다. 태풍을 새들이 알아차리듯 본능적으로 거대한 태풍이 가슴에 치는 것만 같았다.

 

2020년 달력 숫자가 더 해 질수록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나태함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평범했던 일상이 정지되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살 준비를 해야 하는 순간들이 코앞에 와 있다. 숨이 멎는 것 같아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진정해 ,”

아이 달래 듯 나 자신을 달랜다.


동화 속에 인어 공주가 흩어지는 물방울이 되어 존재가 없어졌듯 우리가 마주 대하던 일상의 존재들이 사라질 것 같아서 두렵다. 하지만 두려움에도 지친다. 사람이 한 가지 음식으로 살기 힘든 것처럼 한 가지 감정으로만 살 수 없다. 우울증인 사람도 매일 죽을 생각만 하지 않는다. 사람이 가진 DNA에는 생존 본능이 장착되어 있다. 사람이 수 만년 동안 존재한 이유이다. 빙하기 때 사라진 거대한 공룡보다 매머드보다 사람은 강력한 생존 본능이 증명되어 있다. 세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빙하기에 살아남은 생명체는 모두 각자만의 동굴로 들어갔다. 그 동굴 안에서 생존을 위해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었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얼음이 우리 일상을 냉각시켰다. 우리는 각자의 동굴인 집으로 들어가 빙하기가 끝나기를 바라면서 소식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작은 소리지만 뇌와 가슴이 들을 수 있게 나에게 말한다.

 




추천 레시피

음식은 기억을 담고 있다. 어릴 때 할머니가 6,25 피난길에 드셨다는 강냉이 밥. 옥수수가 쌀보다 많이 들어간 밥이지만 피난길에는 없어서 못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할머니께서는 그 밥이 가끔씩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어린아이인 내 입에는 거칠기만 했는데 할머니께서는 맛있게 드셨다. 고생스러운 피난길에서 삶을 지탱해준 강냉이 밥에 단맛을 기억하면서 드셨을 것이다.

코로나 19라는 빙하기 같은 시기. 어떤 고난에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원초적인 에너지를 생각해 본다.  요리에 식사가 주는 감사와 겸손을 담아 본다.


1. 감자 버터 구이
( Les pommes de terre sautées au beurre)


삶은 감자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버터를 더한다. 낮은 온도에서 버터를 천천히 녹이고 바질, 파슬리를 넣어 버터와 잘 섞는다. 허브를 섞은 버터에 삶은 감자를 넣고 중간 불로 감자가 약간 갈색을 띠게 굽는다. 접시에 담고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얹어 장식한다.






2. 문어 루꼴라 버터 구이 (Les poulpes secs au beurre avec les roquettes)

팬에 0.5cm 정도 물을 붓고 레몬 1/2를 즙을 짜서 넣고 잘 젓는다.  불린 문어를 넣고 레몬 물이 약간 끓을 때 버터를 넣고 졸인다. 졸여진 문어에 다진 루꼴라를 넣고 버무린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를 토핑 한다.  소스는 기호에 따라 머스터드, 마요네즈, 핫소스 등 취향대로 선택해도 좋다.

Tip>
(1)  문어는 말린 것을 쓴다. 씹는 맛이 좋고 지루함을 달래기 좋은 재료이다
    말린 문어는 1~2시간 정도 찬 물에 담가 둔다. 마른 문어에는 버터가 스며들지 않는다.
(2) 버터를 골고루 묻히려면 삶은 감자를 냉장고에 넣어 단단하게 굳게 한다.
(3) 강냉이 밥처럼 간식이 한 끼 식사로 먹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만든 레시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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