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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10. 2020

책갈피에서 찾은 희망

 

감정 요리/희망


침실 안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면 눈이 떠진다.

오늘 아침도 햇살이 나를 깨웠다. 요즘 봄이 왔는데

설렘도 없고, 꽃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년과 사뭇 다른 봄이다.


부엌 베란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전 날 저녁에 준비한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오늘은 명란을 넣은 콩나물국이다. 어제 과음한 남편을 위한

레시피이다. 명란 콩나물국을 가스레인지에 앉히고, 예약 버튼을 눌러해 놓은 전기밥솥을 연다. 7시 20분 티브이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일어났다는 알람이다. 나는 분주한 손길로 아침 식탁을 차린다.

아침 뉴스에서 코로나 현황에 대해 소식을 전한다.  1분에 한 명씩 사망자가 나온다는 미국 소식, 실업 급여 신청 인원이 사상 최대라는 소식, 경제 침체가 전쟁 수준이라는 소식들에 남편 한숨 소리가 오늘따라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식탁에 앉은 남편 표정은 걱정과 우울함으로 일그러져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명란 콩나물국을 맛보고도 별 말이 없다. 시원하고 짭조롭한 콩나물국이 맹물처럼 느껴진다.


벚꽃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봄이 와 있는데도 봄이 아닌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3년 봄도 그랬다. 자매처럼 지냈던 친구에게 인감을 떼어주고, 얼마 지나고 날아들어온 채무 통지서 때문에

법원을 오가던 그 봄처럼 우울하고 두려웠던 기억과

닮아있다.


결말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사건은 좋은 멘토 도움으로 해결이 되었고, 땅 만 보고 지나가던 시간이

물처럼 흘러갔다. 그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어서

벚꽃을 책갈피에 넣어 두었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말라서 책장처럼 되어 있는 1993년 벚꽃을 찾았다. 색은 엷어져 있어도

벚꽃 잎은 흔들렸다.  봄의 설렘을 책갈피에 잡아 둔 것처럼 2020년 겨울 같은 봄도 생기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추천 레시피



설을 지내고 나면 목련나무에 봉오리가 맺힌다.

목련 꽃잎이 떨어질 때쯤 벚꽃이 피어 난다.

장 보러 시장에 가면 귤이 놓였던 자리에 딸기가

놓인다.


삶의 골이 깊어져서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어도 계절은 우리 곁에 조용히 앉는다.

추운 겨울에 죽은 것처럼 보이는 마른 나뭇가지에 봄이 찾아오면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해진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에서 현실을 넘어서는

통찰을 배워본다.  

봄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보자







1.    바지락 콘길리에  파스타

(Conchiglioni aux palourdes)


바지락은 봄이 제철이다. 봄철 바지락은 살이 연하고 단맛 난다.  화이트 와인으로 바지락이 열릴 때까지 졸이듯 볶다가 허브 타임, 삶은 파스타, 올리브유를 넣고 볶는다.  조개 모양 파스타와 바지락이 잘

어우러지게 접시에 담고 파마산 치즈를 갈아 얹는다.











2.    딸기 샐러드

(Salade verte aux fraises)


봄을 대표하는 과일 인 딸기와 어울리는 양상추와 토마토로 신선하고 달콤 새콤한 샐러드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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