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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10. 2020

보라색을 닮은 감정 짠한 기쁨



감정 식탁/ 기쁨




나는 보라색을 보면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설렌다. 먼 거리에서도 단박에 보라색을 알아볼 수 있다.

 보라색이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이런 보라색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에 흠뻑 빠진 건 결혼한 후부터 인 거 같다.


마음에 위로가 되는 빛깔이 누구에게나 있다. 색채에는 감정이 녹아져 있다. 보라색은 빨간색, 파란색 두 가지 색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색이다. 눈물이 슬퍼도 기뻐도 나오는 감정에 흔적처럼 보랏빛 역시 냉정과 열정 사이 중간에 놓여 있는 색채이다. 입가에서는 미소가 피어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아무 일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울컥 올라오는 아픔이 있다. 이런 감정은 보라색을 닮아 있다.

 삶에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보랏빛으로 물들어진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운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키운다는 생각을 한다. 자식을 키우면서 세상을 배웠다. 나로부터 시작한 시선이 타인을 보 담아 줄 수 있는 시선이 생긴 건 자식 때문이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도 부모가 되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자식이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생 채기가 생긴다.


대학을 입학한 딸은 진로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대들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시간 속에서 나는 정신적으로 지쳤다. 우울증이 온 거 같았다. 주변 지인은 다들 그런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설득이 되지 않았다. 내 상태를 가족에게 알려야 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죽을 것 같은 감정들을 이야기했다. 유치하지만 매

일 내게 사랑해라고 말하고, 입술에 뽀뽀해 달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 아내 자리를 파업한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매일 사랑고백을 숙제처럼 받았다.

그래도 마음에 위로가 됐다.



딸은 내 생각보다 빨리 대학교 4학년 2학기 휴학 중에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었다. 졸업식도 못 가고, 회사 연수를 들어갔다. 연수기간이 다른 회사보다 길어서 회사 근처에 숙소를 얻어 혼자 살게 되었다. 독립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빨래하고, 방 청소하고, 음식하고 함께 살 때는 책임이 없던 일이 오롯이 자신에 일이 되었다. 가끔씩 숙소에 가서 청소나 빨래를 해놓고 오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함께 살 때는 없던 일이다.

연수기간 동안은 회사 근처에서 만날 때 도 많았다.   제복을 입은 어른이 된 딸은 길 한복판에서 먼저 다가와 뽀뽀하며 “사랑해”라고 안긴다.



마음 헤아려 주는 어른이 된 딸이 대견하다. 하지만 어쩐지 가슴 한편이 뭉클하고 짠하다. 가슴이 뻐근하고 약간 울컥해져 깊은 호흡을 내 몰아 쉬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감정이 뒤엉킨 웃음과 함께 눈물로 촉촉하게 눈가가 적셔진다. 어른이 되어 있는 자식을 보는 감정의 색은 보랏빛이다.




추천 레시피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만들어지는 보라색처럼 다른 재료가 더해지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치즈. 치즈는 요리를 풍성하게 해 준다. 치즈의 늘어지는 식감도 재미있다.

이 치즈를 활용해 만든 대견하고 안쓰러운  자식을 격려하는 고소하고 든든한 요리를 추천한다.     




1.   치즈 그라탱

( Gratin à la sauce tomate)

토마토소스로 만든 파스타를 오븐용 식기에 담고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다.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를 토핑 한다.  예열한 오븐에 200도에서 12분 정도 치즈를 녹인다.   






2, 루꼴라 토마토 샐러드

( Salade de roquette aux tomates )

루꼴라는 유럽에서 많이 쓰이는 재료이다.   입맛을 돋우어준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기운 회복을 돕는다.  향은 매운 후추 향이 나고, 맛은 참깨 맛이 난다.  두 가지 맛과 향이 매력적인 식 재료이다. 루꼴라는 후추와 같은 향이 있어서 치즈와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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