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편.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마음 한켠이 텅 비어버린 듯했다.
그때 나는 아버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남은 가족끼리라도 자주 웃고, 여행도 다니며
지난 날의 빈자리를 채워야겠다고
하지만 삶은 늘 그렇듯, 마음의 약속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루하루는 여전히 바빴고,
'이번 달이 지나면', '다음 휴가 때' 하며
계속 미루기만 했다
그 사이 계절은 바뀌고, 추억으로 만들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9월 초에 아버님이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으셨고,
진단 받으신지 10일만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빈자리 앞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지키지 못한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함께 밥 한 끼 더하지 못한 것,
전화 한통 미룬 것조차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먼저 떠나는 존재였다.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마음 한쪽에서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서로의 손을 잡고 평안히 웃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