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강해지기로 했던 날

by 지니

아이 앞에서
나는 늘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참아야 할 때 울었고,
괜찮은 척하다가도
문득 무너졌다.


아이에게
엄마는 늘 단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의 나는
그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큰아이가 힘들어하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아이 앞에서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 강함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아니었고
해답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위로도 하지 않고,
조언도 하지 않고,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도
삼켰다.
그 말들이
아이를 위한 것 같았지만
사실은
내 불안을 덜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이
바닥을 향해 있을 때
나는 억지로 시선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대신
아이 옆에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강함은
아이를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도망가지 않는 태도라는 걸
그때 배웠다.
강해지기로 했다는 건
아이 대신 싸워주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친구 관계의 상처도,
자존감이 내려앉는 순간도,
아이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프지 않게 해주고 싶었지만
아픔을 없애줄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그날의 강함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다 해결해주지는 못해.
근데 네가 여기서 멈추지 않게
옆에는 있어줄게.”
그 말은
아이를 향한 약속이자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강한 엄마가 된다는 건
아이를 대신 살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넘어질 수 있다는 걸 허락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빼앗지 않는 것.
그게
내가 선택한 강함이었다.
요즘 나는
아이에게 자주 묻지 않는다.
“왜 그래?” 대신
“오늘은 어땠어?”
“괜찮아?” 대신
“지금 네 마음은 어디쯤이야?”
답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
아이 스스로
자기 마음을 찾을 수 있게
기다리기 위해서다.
아이 앞에서 강해지기로 했던 날,
나는
엄마로서 한 단계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이와 나 사이에
조금 더 단단한 신뢰가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
강함은
버티는 얼굴이 아니라
남아 있는 선택이었다.
나는 오늘도
아이 앞에서
조용히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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