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늦게 배운 사람

by 지니

나는 그동안
미안하다는 말을 아껴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미안함은 늘 있었지만
그걸 말로 꺼내는 건
왠지 약해지는 일 같았다.
엄마는
버텨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버티는 사람은
설명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대개 이런 순간에 삼켜졌다.
“지금은 바빠.”
“나중에 이야기하자.”
“이건 네가 이겨내야 해.”
그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실이었고,
그때의 최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위해
강해지려고만 했다.
큰아이가 힘들어하던 시기를 지나며
나는 처음으로
미안함의 결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아이의 아픔 앞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엄마는
미안하다고 말해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배웠다.
어느 날,
아이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왜 그러냐고 물었을 텐데
그날은
묻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다 알지는 못해.
그래서… 그게 미안해.”
그 말은
아이에게 건넨 사과였고,
나 자신에게 허락한 고백이었다.
아이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 순간 알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엄마의 패배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라는 걸.
아이에게
“네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는
신호를 주는 말이라는 걸.
나는 여전히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의 아픔을
대신 가져올 수도 없고,
정답을 늘 알고 있지도 않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을
미루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은
아이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에게
자기 감정을 말해도 된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엄마로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늦게 배운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 말을
가장 조심스럽게 쓴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그동안 스스로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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