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배운 것을, 일터로 가져가게 되었다

by 지니

아이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나는 자꾸
일 이야기를 삼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아이 곁에 앉아 있던 나의 태도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다.
아이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침묵이
집에서 처음 생긴 게 아니었다는 걸.
나는 오래
누군가의 삶 곁에 서 있는 일을 해왔다.
해결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많았고,
말을 아껴야 할 때가 더 잦았고,
옳은 답보다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온도를
먼저 가늠해야 했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처음에는
그게 일을 못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하지 않고,
결정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 태도는
능력이 없는 사람의 방식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선택이
누군가를
다시 숨 쉬게 만들었다는 걸.
아이 앞에서
내가 배운 기다림은
어쩌면
일터에서 먼저 배워온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대로,
아이를 키우며 겪은 흔들림은
일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집과 일은
서로 분리된 세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 둘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아이의 선택을 믿는 일과
누군가의 삶을
서두르지 않는 일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고 있었다.
사회복지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는 이유는
그 일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저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어디서 왔는지
조금 솔직해지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엄마다.
그리고
유능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하는 사람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을
문제로 보지 않으려고 애써왔고,
속도를
대신 정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는 것.
이제부터는
아이 이야기를 하듯
일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성과보다 과정,
해답보다 망설임,
변화보다
곁에 있었던 시간을.
이 글은
아이 이야기를 끝내는 글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같은 눈으로 바라보겠다는
작은 약속이다.
아이를 키우며 배운 기다림이
일터에서 어떻게 남았는지,
일터에서 배운 침묵이
집에서는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사이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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