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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Dec 18. 2019

따뜻한 게 간절한 그들, 그리고 나

<우리가 녹는 온도> / 정이현

 '이곳이 마뜩지 않아,  곁의 사람이 마뜩지 않아, 내가 마뜩지 않아 그만둘  있다.
도망칠  있다. 훌쩍 떠날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누구도, 언제까지나 그렇게  수는 없다.

 나는 수연과 상혁의  뒷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들은 그날 뒤돌아서지 않았다.
함께할 방을 얻을 뻔했으나 얻지 않았다. 헤어질 뻔했으나 헤어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그들은 서로에게서 도망치지 않았다.
 평범하고 특별한 사랑을 그만두지 않았다. 물론 중간 결말이다.
삶에, 완벽한 결말 같은 것은 있을  없으므로.
 완벽하지 않은, 사소한 중간 결말과 결말 들을 열고 닫으며 우리는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삶의 무게가  사람의 어깨에 고르게 배분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때론  어깨가 무겁다는 것보다  사람의 어깨가 나보다 가벼워 보인다는 사실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곁에 있는 사람이 차가운 커피를 좋아하는지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지 낱낱이 기억할 여력은 없을지도 모른다.
차가운 커피와 뜨거운 커피 따위가 도무지 뭐가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무엇이 치명적인 것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것인가를 
누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있을까.

 나는 요즘  자주,  사소한, 커피의 온도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마다 혀끝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사람을 순식간에 무장해제시키고 위안을 주는 온도가 제각각이라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말고   사람쯤은 나만의  온도를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책은 ‘그들은,’ '나는,'이라는 챕터가 반복되어 이어진다.

나는 특히 ‘나는,’ 이라는 제목으로 띄엄띄엄 이어진 챕터들에서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좋았다.

화자에게는 왠지 모르게 감정이입도, 편이 되기 되기도 쉬워서일까.


아무튼 그중에서도 
종종 그녀가 글쓰기를 놓아버려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는 문장에 나는 적이 놀랐다.

이렇게 편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어렵다는  알지만

내가 독자일 때는 그저 그녀의 능력이 타고난 것인 양 읽게 돼서일 게다.

어쩌면 그녀는

편하게 읽히는  쓰기까지 그만큼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때때로 그처럼 힘이 빠져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좋게  자리에 앉아
따뜻하게 달궈진 의자를 느끼며 읽어서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는 내내 겨울에 읽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깥은 차갑고 어지러운데
그녀의 글이 따뜻해 잠시나마  차가움들을 잊을  있었으니.

실은 

연말이라는 명목으로 내내 들뜨고,

맥락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도 싶은데
사회와  속에 나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는  같다.
그래서 자꾸 화가 나는 날들의 연속인데
그래서  나날들을 이겨낼 따스함이 간절한 요즘.

내 옆에 그가, 그들이
 온도를 알까?
나는
 옆에 있는 그의, 그들의 온도를 기억할까?

부디 내가  온기만은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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