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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Dec 07. 2020

생에 필요한 욕망

<님의 침묵> / 한용운

<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畵家)여요,
 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워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고
당신의 코와 입과  볼에  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작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번이나 지웠습니다
     

나는 파겁(破怯) 못한 성악가(聲樂家)여요,
이웃 사람도 돌아가고 버러지 소리도 그쳤는데
 
당신이 가르쳐 주시던 노래를 부르려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스칠 때에
가만히 합창하였습니다.  
    

나는 서정 시인(敍情 詩人) 되기에는 너무도 소질이 없나 봐요.
 <즐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굴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있는 작은 돌도 쓰겠습니다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없는 까닭입니다.

<쾌락>

님이여 당신은 나를 당신 계신 때처럼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두고 멀리 가신 뒤로는 나는 기쁨이라고는 달도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 발자취만큼도 없습니다

거울을  때에 절로 오던 웃음도 오지 않습니다
꽃나무를 심고  주고 북돋우던 일도 아니합니다
고요한 달그림자가 소리 없이 걸어와서 엷은 창에 소곤거리는 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가물고 더운 여름 하늘에 소낙비가 지나간 뒤에 산모롱이의 작은 숲에서 나는 서늘한 맛도 달지 않습니다
동무도 없고 노리개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 가신 뒤에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쾌락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따금 실컷 우는 것입니다

<어느  이웃방과 이야기하다가 간수에게 들켜  손을 이분 동안 가볍게 묶이었다. 이에 즉석에서 읊음>

농산의 앵무새는 말을 곧잘 한다는데
 새보다 훨씬 못한  몸이 부끄럽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이 금이라면
 금으로 자유의  모두 사리라







, 당신, (), 사랑, 복종, 이별, 그림자

그리고

반어, 역설, 자유, 현대적

  권을   읽고 
어찌  깊이를  이해할  있겠나 싶다.
하여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게 담기는 단어를 하나씩 새기며 읽었다.

여성적 문체로 강한 의미를 표하고
스님은 세속과 단절되어야만 한다는 관념을 깨고 남녀의 사랑가인 듯 시를 쓰며
철저히 낮춘 듯 하나 절개와 담대함이 느껴지는 그의 시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듯하다.

무엇보다 나는 그의 어투나 생각이 몹시 현대적이라 놀랐다.

 선입견 탓이겠지.
시대가 백 년 전이라고,
그가 스님이라고,
그가 독립투사라고 가진 내 선입견 말이다.

그는 아마도 깨어 있고 신념 있으며 자유롭게 사고할  아는,
백 년  스님이자 독립투사였으리라.

십 년쯤 뒤에    읽어보고 싶다.
얼마만큼  깊이 읽힐지 궁금하다.

시를 읽을수록

 깊이 읽을  있는 인생을 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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