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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Dec 19. 2020

농촌시

<섬진강 > / 김용택

<어머니 이야기>
밭가에서 

...(중략)
 배운  하도 원이 되고 한이 되고 피가 맺혀
너그덜만은 지게 지게 하지 않으려고
손톱 밑에  들게 하지 않으려고
 키우고 돼지 키우고
한푼 두푼 피같이 애껴
어찌어찌 전답을 장만하고
 살과  피와  뼈를 갈아
거름과 씨앗으로 전답을 걸구고
손톱   없이 논밭에 살았단다
...(중략)
인자는 너그덜도  길로  길씩 자라
이래라 저래라   없다만
내가 죽으면 물려주려 뼈빠지게 장만한 땅이
이렇게 풀들이 우북하게 묵어가고
밤나무 감나무들은 쓸모없게 되고
외양간은 비었구나
고향도 전답이 있어야 고향이고
그러네 저러네 혀도 농사꾼은
땅을 갖고 있어야 농사꾼 아니더냐
인자  만한 논밭은 없고
너그덜이 고향 떠나 뿔뿔이 흩어진 것도 서러운데
너그덜은 고향 떠나
타관에서 가난에 쫓기고
우리는 여기 남아 이날 입때까지
이제나 저제나 마찬가지로 사니
죽어나는  촌사람 뿐이구나
 이런다냐
 이렇게 세상은 갈수록 험하고
살수록 기가 맥힌다냐
...(중략)
 없이 살았어도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허면
 눈에선 피눈물이 나는  알며 살았딴다
세상 이치가 애비는 애비대로 따라간다는 말을 믿으며 살았단다
생각하면 할수록 목이 메어오고
설움이 북받치는구나
여기저기서
불쌍한  자식들아.





시집  권을  읽도록 농부의 마음  켠이 제대로  닿지 않는 것을 느끼며
내가 그네들의 고통과 지난한 삶에 대해서도 그만큼  도리가 없겠구나 생각했다.

꼰대’, ‘라떼는 말이야
젊은 세대가 거부하는 기성세대의 태도가 부각되는 시대.
 역시 꼰대 되기 죽기보다 싫고
혹시라도 라떼는 말이야라고 할까 봐 입을 여는  여간 조심스러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기성세대를 규정하는 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전 세대가 일궈온 무언가를 바탕으로
현세대가 살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의 잘못 지적하기에 앞서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알아야 하리라.

그랬을  우리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


시인이 말한 ‘따뜻한 피’가 그렇게 이어져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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