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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an 20. 2021

사랑을 사색하다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어떤 종류의 합일에 대해 말하는지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존의 문제에 대한 신중한 해답으로서 사랑을 말하고 있는가, 또는 ‘공서적 합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랑의 미숙한 형태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공서적 합일과는 대조적으로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 곧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능동적인 힘이다. … 사랑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근대 자본주의는 원활하게 집단적으로 협력하는 사람들, 더욱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 그 취미가 표준화되고 쉽게 영향받고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근대 자본주의는 권위나 원리, 또는 양심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즐거이 명령에 따르고 그들에게 기대되는 일을 하고 마찰 없이 사회 기구에 순응하는 사람들, 폭력 없이 관리되고 지도자 없이 인도되고 목적 없이-좋은 것을 만들어내고 계속 움직이고 기능을 다하고 곧바로 나간다는 목적 이외에는-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현대인은 자기 자신, 동료,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소외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자기 혼자서 몸소 겪어야 하는 개인의 경험이다. … 정신 집중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홀로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사랑의 능력의 불가결한 조건이다. …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뜻이다. 



사랑의 능력 중에서 특히 중요한 성질을 검토할 것이다. … 사랑을 성취하는 중요한 조건은 ‘자아도취’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아도취적 방향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만을 현실로서 경험하는 방향이다. …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이성’이다. 이성의 배후에 있는 정서적 태도는 겸손한 태도이다. …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 ‘분업’은 있을 수 없다. 

사회는, 인간의 사회적이고 사랑할 줄 아는 본성이 그의 사회적 존재와 분리되지 않고 일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 사랑의 본성을 분석하는 것은 … 결여 상태에 책임이 있는 사회적 조건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참된 자아를 상실한 것이 사랑을 상실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 그러므로 이제 사랑을 회복하는 데는 절실하게 기술이 필요해졌다. … 이 점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사랑의 기술을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밝혀놓은 것이 바로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다. …적어도 사랑을 천부적인 능력으로 보지 않고 훈련과 인내과 습득이 필요한 능력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그의 이론은 현대성을 갖는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에 대해 어떠한 정보 없이 이 책을 읽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연말연시에는 가볍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어서, 

하얀 바탕에 밝은 주황빛으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이 책을 골라 들었다.


하지만 ‘가볍게’ 읽고 싶다던 내 바람은 첫 장부터 짓밟히다시피 했다.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깊이가, 

사랑에 대해 파고든 작가의 노력과 확신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이트가 사랑을 본능과’만’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그의 이론을 반박한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훈련, 사회 구조의 방향성과 그 필요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나 역시 프로이트에 대해 더 자주 듣고 배워 온 사람으로서 에리히 프롬의 이론이 낯설었지만 

그것에 반대되는 마음이 일지 않았다.

워낙 구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며 사는 편이라,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와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늘 생각하고 사는 편이라 

되려 그의 생각 중 많은 부분에 동의되었다.


그처럼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파고들어본 적이 없어 

그처럼 사랑에 대해 깊이 있는 서술을 하거나 행동할 수 없노라 핑계 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싶은 마음.


그저 반성한다.

코로나 시대, 더욱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시점에서

사랑의 방향성과 사랑하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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