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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Feb 02. 2021

한 점이라도 부끄러움 덜어낼 수 있기를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죄가 어디 홀로 지어지는 건가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죄짓고 사는 건데
저들의   속에는  자신의 죄가 스며들어 있고,
 욕심과 비겁함과 힘없음이 저들을  크게  걸칠  없이 
죄짓도록 부추겨온 건데요
 자신이 먼저 참되고 선하고 정의롭지 않고서
어떻게 세상 평화와 정의를 바랄  있겠어요, 도둑 마음이지요
가진 자들의 이기심과 부정부패는 사납게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탐욕과 작은 부정들은 함께 보지 않았을까요
  탓이오  탓이오만 외치고  탓이오가 없었을까요
...
 저는  갖는 한이 아니라  가지는 긍지를 지닌 떳떳한 인간으로,
진실로 당당한 노동자로 사회정의와 평등을 요구하지 못했을까요
첫눈 내리는 오늘밤에야 제가 자유의 몸이 된다니까
지난 삶이 부끄럽게 돌아봐지네요
좋은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솔직히 공짜로 바란 거예요
좋은 세상, 좋은 세상 하면서도 사실은
가진 자들의 부귀와 능력을 시샘하면서
좋은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몫의 행복을 훔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며 살아온 겁니다

-<,  여자 앞에 무너져내리다> 중에서

자본주의가 삶의 본연이라면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이 아닌가요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  있겠습니까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있겠습니까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삶과 인간과 현실 변화를 있는 그대로   있는 밝은 눈을 얻기까지
나는 ‘아무 주의자 아니고 동시에 ‘모든 주의자입니다
나는 지금 분명히 ‘ 생각 다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양극단을   삶으로 끝간 데까지 밀고나가
정직하게  번씩 목숨을 던져주며 처절하게 참구 정진해온
 생각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  까마귀> 중에서

...박노해의 문학은 모순과  모순의 구조를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노동자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우리 문학사에  획을 긋는 노동자 문학이다.

-도정일





체의 평전을 읽고 박노해의 묵상을 읽으니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져 몇 번 눈물이 맺혔다.

두 사람에게서 느낀 것은 이념이 아니라

진짜 뼛속까지 박힌 의식, 진심, 박애, 절개와 같은 것.

생생하고 울림이 있는, 삶으로 보여진 그것이었다.


일상의 한 조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길어 올리는 나와 비교되어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2020년의 어느 오전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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