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 놀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작가 Feb 26. 2021

유쾌한 정치적 인간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 시오노 나나미

렌체인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힐지도 모를 만큼 강력한 비판 정신의 소유자라는 . 그러기에 많은 재능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압도하면서도 단결과 협조의 정신이 모자란다는 . 공화국을 자칭하면서 피렌체는 1378 촘비의  이후의 4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언제나 과두 정체였는데도, 시민은 자기들이 참여할  있는 민주 정체를 빛나는 정체로 믿고 있다는 . 진실로 뿌리를 내린 민주 정체는 빛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이것은 경험한 사람밖에는 알지 못한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하여 피렌체인은 자유라는 말을 무척 좋아했다. 전쟁을 위한 위원회를 전쟁과 자유를 위한 위원회라고 이름 지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자유를 지키려면 참으로 현명하고 견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실행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기질을 가진 국민을 상대하는 데는 과두 정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코시모는 판단했던 모양이다. … 그가 시작한 것은 참주 정체였다. 실질적으로는 군주 정체지만, 피렌체 같은 나라에서는 군주는 뒤에 숨어 있는 편이 낫다.’

  카레의 스파이 소설 <팅커 틸러 솔저 스파이> 읽다가,  대목에서 시선이 멎었다. 스마일리와 짐의 대화였다고 생각되는데,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예술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반되는  성향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기능을 발휘할  있는 인간이다.” ‘

 <군주론> 모델이 로렌초  메디치여서는 안되었던가? … <군주론> 모델은 체사레 보르자였다. … 여기에 <군주론>, 마키아벨리 사상의 에센스인 <군주론> 씌어진 이유를 푸는 열쇠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만 알면 마키아벨리를 아는 거나 다름이 없다.’

마키아벨리는 문화의 시대에 태어나버린 정치적 인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번도 어떤 하나의 정체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 민족은 저마다 자기들에게 맞는 정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끈질기게 추구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면 정체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시킬  있느냐는   가지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정치는 윤리와 같은 것이었다. … 마키아벨리의 독창성은, 오랜 세월 연결된  본래의 성질마저 변질해버린 느낌의  정치와 윤리를 명쾌하게 갈라 놓은  있었다.  갈라놓는 방법이야말로 르네상스였던 것이다.’

운명은 나를 견직물 업에 밝게  주지도, 면직물 업으로 돈을 벌게  주지도, 금융업으로 입신할  있게  주지도 않았으므로, 정치를 생각하는 수밖에 달리  일이 없단 말일세.’






20대 초반, 나에게 멘토와도 같은 분의 서재에서 나는 몇 달에 한 번씩 열댓 권의 책을 빌려와 읽곤 했는데

그때 사로잡힌 작가 중 최고는 단연 시오노 나나미였다.


돌이켜보면 역사와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녀의 필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후로 십수 년간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지중해를 둘러싼 역사에 대해 갖고 있는 순수한 열정과

수천 년의 역사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그녀의 유쾌한 태도,

열린 사고와 통찰력에 점점 더 탄복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세계관에도 빠져든 듯하다.

그녀가 ‘나의 친구’라고 부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생각해보면 그녀 때문.


드디어 '이제는' 읽어도 되겠다 싶어 몇 달 전 군주론을 읽고,

이번에 그녀의 해설과도 같은 이 책을 읽으니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정치와 외교라는 어려운 주제가 '이제야' 한 걸음쯤 가깝게 느껴진다.


유쾌한 천재, 그 천재를 유쾌하게 바라봐줄 수 있는 후대의 작가.

두 사람을 함께 읽을 수 있는 나는 참 운이 좋다는 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스 이야기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