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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Aug 28. 2021

이야기의 시작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 알베르토 망구엘

'기원전 6세기경, 호메로스는 단순히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거장이었다. 그의 견해는 세계에 대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과 불멸의 신들에 대해, 또는 전형적인 행동들 때문에 빛이 나지 않는 신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려고 도전하지만, 그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 대해 모든 그리스인들이 가졌던 개념을 형성했다. 철학자 크세노파네스는 이렇게 썼다.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는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도적질과 간통과 사기처럼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운 짓들을 모두 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렇듯 불확실한 우주에서 호메로스가 명확하게 이야기했듯이-인간들은 신들의 믿을 수 없는 행동 대신, 자기 자신의 재주와 기지에 의지해야만 했다. '


'G.K. 체스터턴은 고전을 읽는 것이 '고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한 것이라면 이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른 말로 바꾸어하자면, 우리는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 그리고 도스토옙스키가 후대의 독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했다는 의미에서 그들이 '중요한' 작가들이라고 한다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침내 단독으로,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조건에 따라 그들에게 갈 때-만약 우리가 마침내 그들에게 도달한다면-답답하게 닫혀 있는 고전의 개념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판단과 개인적인 의미를 구해낼 수 있는 것이다.'


'... 호메로스는 철저히 관찰했고, 베르길리우스는 연결성을 보았으며, 단테는 결론을 끌어냈다.'


'호메로스는 하나의 암호이다. 그가 증명된 정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의 책들이 작성에 관한 명백한 단서도 나타내 주지 않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처럼 독법의 무한성을 나타낼 수 있다. 호메로스는 우리가 고대라는 광범위한 낱말로 의미하는 것, 또는 우리가 시가나 인간성이라는 말로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호메로스는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의 어슴푸레한 초기를 대표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시기가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을 조금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 인공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지에 관한 참된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영원 불멸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해서, 모든 인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삶 속의 한 조각만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관해서, 끝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삶 속에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각자 다른 사람들이 해왔거나 느껴왔던 것을 하거나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 관해서, 그리고 호메로스와 그의 동시대인들이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관해서 짐작하기란 불가능하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전문가의 힘을 빌어

서구문학의 근원이라 불리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조금 쉽게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웬걸,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시작된 수천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등장한 거장들의 이야기가 축약된 거라

나는 이해는커녕 깊은 졸음에 빠지려는 정신을 부여잡기 바빴고

그래서 거의 2개월에 거쳐 간신히 읽었다.


천천히 읽고 깊이 이해했으면 다행인데 그것도 사실 실패.


하지만 한 가지 위로가 되는건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수천 년간 이어져온 모든 이야기들의 근원이라는 말이

아주 조금, 이해가 된다는 것.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인간,

즉 작가들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깊이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나로서는 이걸로 족하다 싶다.

조금 더 깊은 이해는

나중으로 미루련다.


비겁한 변명일지라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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