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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Oct 06. 2021

상처에도, 그럼에도

<복자에게 > / 김금희

'... 복자의 엄마가 복자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어른이란 사실 자기 무게도 견디기가 어려워 곧장 무너져 내리고 마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 섬을 터전으로 먹고산다는 건 그렇게 섬의 모든 것에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거친 파도에게, 조업 중 만나게 되는 바닷 것들에게, 바람에게, 궂은비와 태풍에게.'

'... 제주 속담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다. 복자네 할 말에게 들었지.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로 나와 깊은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소설을 다 쓰고 난 지금,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통 서점에서 낯선 작가의 책을

모험하듯 집어 올리곤 하는데,

김금희 작가의 책은 조금 다르게 찾게 됐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나온 작가의 말과 그 속에 담긴 생각이 무척 따뜻해 보여 궁금해진 것.


마침내 책을 덮고 내 마음에는

기대했던 것과 같은 따스함이 배어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마음에 가벼운 한숨이 뱉어졌다.

내게 그 따스한 기운이, 위로가 절실했던 탓이다.


그래서 책 커버에 적혀있는 문학동네의 말,

'어떤 실패에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모든 넘어짐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라는 게

책을 덮자마자 단번에 동의되었다.


위로받았노라고.

읽는 내내 제주의 푸르름이 함께 그려져

그야말로 청량한 위로를 받았노라고.


적당히 겸손하고, 적당히 당당한 그녀의 글투가 참 좋다.

내가 그런 치가 고 싶어 그런지 그녀가 무척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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