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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Dec 23. 2021

마음은 글을 타고

<아무 날의 비행일지> / 오수영

‘…그곳에 살지 못한다고 실패한 인생이 되는 건 아닌데. 어째서 우리는 정답이 아닌 오답을 고른 사람처럼 주눅이 든 표정으로 살아가는 걸까. 선배도 변해가듯이 나도 그렇지 않은 척할 뿐, 결국 이 거대한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선배, 우리가 저런 곳에 살기란 쉽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니잖아. 우리도 그들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늘 주변에 사람이 북적이는 삶도 있다. 가끔은 그런 삶을 시샘하며 나의 못난 취미를 경멸하기도 했지만, 과거로 돌아간대도 나는 별수 없을 것이다. 또다시 사람 곁이 아닌 홀로 있는 방을 선택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 대단한 글을 써야만 글쓰기가 삶의 전부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부질없는 글을 쓰는 나에게도 글쓰기는 유일한 탈출구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탈출구가 되어준 만큼 어떤 순간이 찾아와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꿈이라는 건 무엇이길래 사람을 구석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게 만드는 걸까. 무엇이길래 남들의 가벼운 말에 흔들리지 않고, 고된 하루의 끝에 기어코 연필을 쥐게 하는 걸까. 어쩌면 좋아하는 일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건 완벽하게 준비된 환경이나 뛰어난 성과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남들의 시선 같은 것은 아랑곳없이 그 일을 절대 멈추지 않는 것, 그 태도만이 그의 일상을 온전히 대변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서점에서 이 책을 보자마자 내가 생각났다는 말과 함께

주소지가 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담긴.


책 제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아니 그럴 새 없이 나는 고맙다는 말부터 했다.

십수 년간 혼자 꿈만 꾸는 나를,

무작정 응원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겨울철 움츠러든 어깨처럼 잔뜩 주눅 든 내 마음을 북돋아 주었으므로.


그리고 책을 읽어내리는데

작가의 망설임이나 깨어질듯한 마음이,

그리고 사람을 향한 시선이 너무 내 속에 있는 것들과 비슷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울컥, 하고 뭔가가 솟구쳤다.


며칠 전 발표된 브런치 북 프로젝트 수상 명단에는

이번에도 내 이름이 없었지만,

사실 그것이 주는 감흥이 크진 않았다.

이전 네 번의 탈락보다는 말이다.


맷집 같은 게 생겨서일까.


더불어 나는 그럼에도

그처럼 용기 내어 내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보겠다는 용기를 놓지 않기로 했다.


탈락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다짐과 성실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라는 믿음.


나보다 먼저 용기 내어 발자국을 만든 누군가의 글이 참으로

고마운 겨울이다.


누군가 당신의 글에 위로를 얻었노라고

작가인 그가 알았으면.


그리고 그의 겨울도 따뜻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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