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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an 06. 2022

청춘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 정다연


이곳은 더 이상 나무가 자라지 않아
이곳에 더는 새가 날지 않아
태풍이 부드럽게 새 한마릴 납치해
이끼 낀 석상 위에 산 채로 보내주는 일도 없어

인간이 멸종마저도 멸종시켰기 때문에

또다시 절벽은 절벽이지 둥지가 되진 않아
종려나무는 종려나무가 되기를 멈추었어
씨앗은 씨앗이길 포기했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씨앗이 씨앗이기를 감수하고
종려나무가 종려나무 숲이 될 수 있다는 걸 상상하기까지’

<밝은 밤의 이웃들> 중에서





어두운데 어디엔가 따뜻한 걸 감추고 있는 듯하고,

우울한데 밝은 숨 하나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시 혹은 사람.


청춘.


그래 청춘 같다.


삶과 감정의 굴곡 속에서도 하릴없이 드러나버리는 청춘의 푸르름.


시가 아직 내게 어려워

느끼기만 할 뿐인데,


느끼는 걸 계속하다 보면

앎에 이르게 되리라 믿으며 시를 읽는다.


아니,

그저 느끼는 게 좋아 시를 읽는다.

그러므로 나는 끝까지 이렇게 시를 읽을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나는 스스로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시를 읽으면

내 사유의 깊이와 시간이 아쉽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여행이 고프다.

사유의 시간을 주는 길.


여행이 막힌 여행자의 핑계랄까.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내공을 쌓는 게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기승전 여행.

못 말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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